서울국제민중회의는 8일 오전 예수회센터에서 재정.금융.개발에 관한 국제시민사회포럼 주최로 ‘세계경제 대안 모색 : 금융통제와 고용.복지지출 확대’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워크샵 첫 번째 세션인 ‘금융재정위기의 기원과 해법’에서 발제를 맡은 Oscar Ugarteche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교수는 “G20이 다루는 핵심 이슈는 부국들의 경제위기 부담을 누가 뒷받침 해 줄 건가에 있다”며 “G7 국가는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 러시아, 브라질 순으로 재편되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Oscar 교수는 “이렇게 신흥국가들이 경제성장 촉진으로 재편되면서 부국들을 성장시키고 있는 동력과 신흥국가들의 성장동력이 링크된다는 전제가 있는데 이런 전제가 틀렸다. 누구를 이끄느냐는 기본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Oscar 교수는 또 “IMF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의제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G20은 금융기관 거버넌스도 합의 못한다”며 “국제금융기관 조정 거버넌스를 제대로 하려면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반영하는 국제금융기관이 생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관건은 국제 금융기관을 어떻게 개편할 거냐에 있다. 지역마다 의석으로 할 것인가. 새로운 디자인을 할 것인가. 이것을 어떻게 통화나 투표권으로 환산할 것 인가”라며 “각 지역을 반영하는 통화가 나와야 하고 새로운 질서를 반영하는 특별인출권 제도도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또 “IMF가 창립됐던 여러 매카니즘 등 배경을 보면 특별인출권도 당시 달러를 기본으로 설계됐다. 지금은 달러가 그만큼 영향력 아니다. 저의 제안은 지역화를 하자는 것이다. 국제 금융기관 내 대표성을 재편하고 지역마다 통화바스켓을 두고 특별인출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총 6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을 통한 2차 양적완화 계획도 강하게 비판했다. Oscar 교수는 “전 세계 GDP의 1%가 넘는 돈을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에 투입하면 유가도 상승하고 식량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며 “08년 석유위기와 식량위기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렇게 달러가 계속 들어가면 유로나 위안화가 아닌 달러가 저평가 된다. 달러가 모든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이런 달러가 콜럼비아의 보고타나 서울의 증권시장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파급효과로 엄청난 거품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Oscar 교수는 이어 “이는 다시 일시적으로 연준에서 조정하는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급하게 자본이 유출되고 통화가 저평가되고 소비가 위축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그런 식의 무책임한 파급효과를 막을 답은 간단하다.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며 “각국이 G20에 들어갔으면 거기에서 조정하고 조절해야하는데 그런 게 G20엔 없다. 금융자본에 대한 조세와 최저의 자기자본 요건이 있어야하고 시장에 투입된 자본이 나올 때까지 기간을 축적해야하는 요건으로 자본을 통제해야 한다. 또 달러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축소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부문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정우 교수는 “한국은 IMF로 정리해고제 도입, 파견직, 시간제근로를 활성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 했다”며 “이미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한데도 이 시기에 유연성을 대폭 증가시켜 굉장히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됐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정우 교수는 “유연성으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의 급증”이라며 “한국 비정규직은 3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규모면에서 전체노동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두 번짼 임금 차별이며 세 번째는 파트타임노동이 아닌 한시적노동으로 규모의 방대성, 차별성, 성격상의 악성 세 가지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이어 “87년부터 97년 까지 노동자 투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이 평균수준까지 왔지만 IMF이후 노동자의 처지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날로 악화해 2002년 사상최악의 상태로 떨어져 87년 때보다 더 열악한 처지가 됐다. 그 후 참여정부 때 삶이 질이 조금 올라갔다가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노동자정책으로 후퇴해 거의 최악에 가까운 삶의 질로 떨어지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 각종 보수적인 정책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어떻게 떨어뜨릴지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자영업자에 주목했다. 이정우 교수는 “한국은 자영업자가 대단히 많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가게와 택시, 이발소, 미장원, 술집, 다방이 대단히 많다”며 “노동력의 1/3이 정규직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1/3이 비정규직으로 대단히 불안정하고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또 1/3이 저보수의 자영업자로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독특한 경제구조가 나타난 이유는 역대정권의 정당들이 부정선거를 자행하면서 저소득층의 표를 애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사람들은 워낙 극우파 적이라 관심이 성장에만 있고 분배나 복지 요구를 좌파적이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우파 정당의 정치인들과 군부와 관료, 보수학자와 재계가 거대한 보수 극우파 구조를 만들고 예산과 경제구조, 직업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들었고 대다수 노동자, 자영업자 민중이 살기 어려운 세상으로 만들었다”며 “흔히 한국이 외국에 성공사례로 묘사되는데 한국은 경제위기를 맞은 나라에 구조조정의 좋은 교과서 될 수 없다.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교사로 삼아 모방하는 것은 민중의 삶을 도탄으로 이끈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불안정과 차별을 부른 교훈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Sarah Anderson 미국 정책연구소 글로벌경제 프로젝트 책임자는 “미국의 7월 금융개혁 법안은 소비자 보호기재는 들어 있다지만 문제는 대형금융기관의 은행들이 합병으로 더 커졌는데도 금융거래세 문제나, 무역이나 투자협정에 있어 금융규제 철폐에 대한 언급이 없어 금융 규제를 위한 각국 정부 노력의 손발을 묶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시민사회와 각국의 금융규제 캠페인 등을 소개했다.
네 번째 발표자로 나온 Kavaljit Singh 인도 공익연구센터 소장은 “금융시장은 근본적으로 불안정해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모든 국가의 정부는 그동안 사실상 금융통제 정책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통제가 만능은 아니다. 그 외에 정책적 수단을 도입해야하는데 G20은 금융통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실제로 각국이 금융통제를 사용하는데도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토론자로 나온 페드로 파예즈 에콰도르 금융구조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은 “금융위기에 맞선 시민사회진영의 대응은 대중동원력과 노동계급의 힘에 기대야 한다”며 “어제 한국 노동대중의 동원력에 감격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남미에서는 미국의 헤게모니 전략을 저지하기 위해 새로운 지역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추진하고 실물거래와 민중의 노동에 기반해 돈을 투입하는 제도”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