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김인재 인하대 교수)’가 행정안전부의 전자주민증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전자주민증 관련 ‘주민등록법’ 개정안과 차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수정안’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11일 발표했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전자주민증은 정보 연계를 위한 예비적 사업이며, 관련 예산도 많게는 수천억 이상 축소됐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일단 전자주민증 도입의 타당성부터 문제 삼았다. 이들은 “연간 500건의 위변조 사례를 막아내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거국적인 행정자원을 소비해가며, 물경 4,800여억 원 이상의 세금을 퍼부어야 한다는 행정안전부의 도입명분은 별로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자주민증의 보안성과 관련해서도 “IC카드는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에 비해 위변조의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나 IC칩 보안기술의 발전을 따라 해킹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추격해오고 있어 전자주민증의 보안성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판독기 업그레이드 및 처벌규정을 통해 해킹이나 위변조를 막겠다는 행정안전부의 보안대책은 그리 신뢰할 것이 못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금번 전자주민증은 정보 연계를 위한 예비적 사업”이라고 단언했다. 법학자들은 “행정안전부 입장은 요컨대 통합신분증도 네트워킹도 계획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최신형 컴퓨터를 구입하고도 절대로 인터넷을 하지 않겠다고 장담하는 것과 같다”며 “수정안의 어느 조항을 살펴보아도 네트워크 케이블이 판독기에 설치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정보 연계의 또 다른 단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주민등록법 개정안 및 수정안에서 “금번의 전자주민증 제도를 특징짓는 핵심사항은 모두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다”며 “수정안은 법률유보의 원칙과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 해야 한다’는 헌법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전자주민증 관련 예산도 과도하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행안부가 책정한 전자주민증 도입 소요비용에 △분실·훼손·재발급 비용의 일부, △유지관리 비용 일부, △시스템구축비용 및 시스템확산비용, △정부부담 및 민간부담 판독기 비용이 누락 혹은 축소되었고 “행안부는 전자주민증의 단가를 6,700원으로 책정하였으나 전자공무원증 발급계획에 따르면 그 단가가 12,000으로 잡혀있다”며 “위 검토를 종합하여 그 차액을 살펴보면 최소 1,530억 원 혹은 4,963억 원이 누락되었고, 현재의 전자공무원증의 발급단가를 반영하면 그 예산이 무려 9,825억 원, 즉 1조 원에 육박하는 비용에 다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더구나 이렇게 재산출된 비용조차도 ‘시스템 확산비용’이나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대부분의 산출기준은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내용에 따른 것”이라며 “이점을 고려하면 실제 전자주민증을 발급·운용하기 위하여 드는 예산은 이러한 재산출비용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