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내년 총,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여야당의 비정규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도진개진’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취임 전부터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곪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공약은 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지지와 표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진보진영의 통합후보로 노동계까지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 박 시장의 ‘진보적 노동시정’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져 갔다. 진보진영과 노동계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대책에는 연이어 비난 논평과 성명을 쏟아낸 반면, 박 시장의 비정규직 대책 발표에는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역시 진보진영의 이 같은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 대책의 질적인 면을 비롯해, 노동문제의 해결 방안과 전반적 노동의제에 대한 접근법까지, 박 시장의 노동 행보는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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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
박원순 시장의 비정규직 대책,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길래...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28일, 내년 1월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 7천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 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 명 중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에 한해 선발을 거쳐 1년 내에 9만 7천명 정도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화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여당과 정부의 대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재탕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무기계약직화에 따른 고용안정성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과 같은 임금, 복지 등의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고용형태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는 해당 정책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한 정부여당의 ‘편법’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보다 앞선 지난 11월 7일, 서울시 본청, 산하기관, 출연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 2800명을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화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박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제시해 온 만큼 해당 정책은 많은 기대를 낳았으며,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경우 박 시장과 면담을 진행하며 정규직화를 비롯한 노동의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발표한 비정규직 2800명은 사실상 간접고용노동자는 제외된 수치로, 서울시 본청과 산하, 투자기관의 간접고용노동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 본청 소속기관은 약 27개이며, 서울시 투자기관과 출연기관은 16개에 달한다. 이들 중 서울메트로의 경우는 약 1500명에 달하는 청소용역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서울메트로 같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은 20곳도 넘고, 그 속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치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서울시가 밝힌 2800명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직접고용 돼 비교적으로 안정화 돼 있는 비정규직들을 상대로 하는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의 ‘무기계약직화’역시 여전히 정규직과의 차별이 존재하는 ‘중규직’이라는 직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비정규 대책,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과 유사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비정규대책이 사실상 정부와 여당이 11월 말에 내 놓은 공공기관 비정규대책과 별 다른 차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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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노동의제에 관한 서울시의 비전과 방향 제시가 미비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노동계의 기대에 따라 비정규직 대책을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에 한한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한계조차도 극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다분한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비정규직 대책 역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 제시한 상시, 지속적 업무종사자에 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전환 범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민간위탁까지 조사를 할 예정이지만, 범위 역시 우선 정부 정책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를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는 이상, 서울시 역시 무기계약직이라는 차별적 직제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에 한한 제한적 무기계약직화와, 부재한 차별시정 역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비정규 법망을 피해나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다소 자존심 상하는 비판에 시달릴 여지도 있다.
결국 ‘친노동’ 정책을 공공연히 밝혀왔던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정은, 현재 ‘반노동’ 시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위태한 시험대에 놓여있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