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출마를 위한 선출직 공직사퇴 문제가 진보정치 전체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진보정치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창원을과 울산에서 스스로를 진보정당으로 자처하는 통합진보당 소속 현직 도의원과 시의원이 사퇴를 하고 총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총선 출마를 위해 시도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세금 낭비를 유발하고 지방자치제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보수정당의 이런 행태를 비난해 왔다.
심지어 민주통합당도 지난 2일 최고위원회에서 총선 출마를 위한 선출직 공직자 사퇴 자제 권고를 결정했다. 민주통합당은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선거 시 선택해 준 지역 주민과의 신뢰 약속을 지키고 공약 이행을 위해서 성실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줄 것을 심의하여 권고키로 했다”고 밝히고 무분별한 공직 사퇴 단속에 나섰다.
이 문제를 놓고는 지난 31일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통합진보당 내에선 구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민주통합당의 현직 사퇴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며 광주, 전남북 지역 총선에서 정치 쟁점화 할 문제라고 나섰다.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세력인 구 민주노동당 출신들은 “정당은 도덕적 시민운동과는 다르다”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선 사퇴를 하고서라도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 이은주 울산 동구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미 시의원직을 던지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이고, 창원을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는 아직 도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았지만 법적 사퇴시한인 12일 이전에 사퇴할 것으로 알려 졌다.
“한나라당 사퇴 때는 선거비용 부담시키자고 하더니...나만 로맨스?”
특히 창원을 지역은 2선을 이룬 권영길 진보통합당 의원이 지난 해 진보대통합 협상 과정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며 노동자 밀집지역이라 진보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의 합창, 진보정치 발전을 위한 경남교수모임 등으로 구성된 ‘창원을 진보통합후보 공동발굴위원회’는 공모를 통해 후보 6명의 신청을 접수받아 이 가운데 손석형 도의원(통합진보당), 김창근 전 금속노조 위원장(진보신당), 박 훈 변호사(무소속) 3명으로 진보진영 통합후보군을 압축했다.
그러나 발굴위원회는 지난 12월 19일 발굴위를 해산하고 “진보통합후보 발굴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손석형 후보와 김창근 후보가 창원의 최대 사업장인 구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경쟁을 해와 노동계의 갈등과 분열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보신당 쪽은 발굴위가 발굴 사업을 중단한 책임을 손석형 후보와 통합진보당에 돌렸다. 진보신당 창원당협위원회는 지난 12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 테이블에서부터 현직 선출직 공직자가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공유한 바 있다”며 “각 당에서는 자당의 선출직 공직자의 출마를 책임있게 정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이 합의를 어기고 손석형 후보를 자당의 후보로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이 자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진보정치의 원칙까지 져버렸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창원당협위원회는 또 “통합진보당 손석형 도의원은 2008년 당시, 총선 출마를 위해 도의원을 사퇴한 한나라당 강기윤 전 의원에게 ‘재보선의 원인제공자한테 선거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중도사퇴를 막도록 해야 한다. 당선되면 도의회 차원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도록 추진하고, 결의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며 “당시 경남진보연합 대표였던 현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이병하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중도사퇴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고, 경남 시민단체 연대회의는 ‘단체장 보궐선거비용 당사자 부담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원고인단 모집’을 벌이기도 했다”고 통합진보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창원을 진보후보 발굴위가 역할을 포기하고 해산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보신당 창원당협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지자 후보 발굴위원회에 속한 시민운동을 하신 분들이 인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며 “손석형을 비판하면서 판을 깨기 부담스러워 진보 단일화를 포기하고 민주통합당까지 합쳐 야권 원샷 단일화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진보진영 선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야권 원샷 단일화로 단일화 논의가 진행 될 경우 민주통합당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상식적인 선택을 하라”며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식의 보수정치와 다름없는 행태는 통합진보당이 스스로 자임하는 진보정당의 모습과 멀어도 너무 멀다”고 비판했다.
울산 동구에선 한나라당이 정치 쟁점화 해서 공격
이미 시의원직을 사퇴한 울산 동구도 논란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울산 동구 선거에서 이은주 의원의 사퇴문제를 선거 쟁점화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울산시당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의 봉사자로서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은 주민과의 준엄한 약속인데, 이를 외면한 이은주 의원의 사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은주 후보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한 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실정 때문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들끓은 심판 여론이 나를 결심하게 한 동인”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몸을 던져 한나라당 심판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결심하고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고, 많은 주민들이 격려를 해주고 있다”며 “이 결단이 어떻게 엄청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고 혈세를 낭비한 한나라당의 행태와 비교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 세력들은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이나 한나라당에 해야 할 공세를 거꾸로 받는 상황이 되자 현역 시의원 사퇴 문제를 두고 징계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또 이은주 후보가 최종 시의원 사퇴시한인 12일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미리 사퇴한 것을 두고도 문제가 제기됐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 12월 31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아직 사퇴 시한이 남았는데 서둘러 사퇴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후보와 동구에서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노옥희 후보도 “중앙당이 후보자격 심사를 할 때 현직 의원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그런 부분에 과정이나 절차가 없었던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