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윗 국보법 위반 박정근, 대통령에 공개서한 보내

“국가가 한 젊은이의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영원한 빚을 지는 것”

지난 11일, 북한 계정 트위터 '@uriminzok' 를 리트윗하여 북한을 고무 찬양한 혐의로 수원남부경찰서에 구속 수감된 박정근 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 씨는 공개서한을 통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1988년 봄에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며 “그러던 중 2006년 다리에 문제가 생겨 사경을 헤매게 되었지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하는 긍정과 도전 정신’을 생각하며 병원을 살짝 나와 양호실에서 수능을 치고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그는 지난 9월, 첫 압수수색 이후 자신이 어떤 고통 속에서 생활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압수수색 이후 불면증으로 인해 신경정신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 운영하고 있던 사진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 등 총 열 두 가지의 피해사항을 열거하며 자신이 “국가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청년” 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여론은 이미 저에게 죄가 없다는 쪽” 이지만 자신이 죄가 있다면 “징역 7년 정도는 살 생각도 있다” 면서도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라며 자신이 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박 씨가 일생의 "진리"라 여기며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는 인용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 반대 시위 전력을 이유로 현대건설 입사를 막으려는 청와대에 쓴 편지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 에서 편지를 통해 권력에 대한 굴종을 택하는 대신 당당해지는 길을 택했다고 전하고 있다.

아래는 박정근 씨가 쓴 공개서한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 보내는 공개서한>

안녕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 각하. 초등학교 시절 군인 아저씨한테 위문편지를 보내본 적은 있지만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럴만한 일도 없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누가 시킨 적도 없었기 때문이겠죠. 이런 제가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작년에 어떤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들여다보지 못한 것들, 안 본 것들, 구석에 있는 것들을 많이 찍고 다녔을 겁니다”

먼저 제 소개부터 좀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 25세의 서울 시민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 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현재까지 구속되어 총 6차례의 경찰조사를 받은 활동가이며 사진가인 박정근이라 합니다.

제 신상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1988년 봄에 서울에서 태어나 이런 저런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다가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은 입학해야 하니 안하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의고사 등급도 신나게 오르던 중, 2006년 가을 다리에 큰 병이 생겨 몸져눕는 바람에 사경을 헤메게 되었습니다. 서 있을 수도 없었지만 병상에 누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하는 긍정&도전 정신”을 생각하며 병원을 살짝 나와 양호실에서 수능을 보고 그럭저럭 서울에 있는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딱히 재미가 없어서 때려치고 굶지 않기 위해 뭘 했냐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집에서 해온 가업이거든요. 방에 굴러다니는게 카메라였다 보니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찍는 게 놀이였거든요. 대통령님과 달리 어릴 때부터 구석에서 커온 저는 당신께서 들여다보지 못한 것들, 안 본 것들, 구석에 있는 것들을 많이 찍고 다녔을 겁니다. 그래서 제 하드디스크엔 당신이 보기엔 불온해 보이고 심기가 불편해지는 사진도 몇 장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살면서 본 것들을 찍은 것을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사진은 거짓말을 못하니까요. 그렇게 지금 현재 아버지가 물려주신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의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동네장사와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트위터라는 무시무시한 SNS매체’ 를 이용, 북한 찬양, 선전선동을 유도했다는 군요“

저는 덤벙대는 성격이라 기록같은 건 잘 못하는데 가게에 찾아온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제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이 잘 나와있더라고요. 하나하나 읊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부의 개발정책에 반대하는 철거농성장 홍대 두리반에서 ‘소비에트 사진사’ 등의 사진강의, ‘두리반 1주년 기념 행사’ 기획 등을 맡았다.
2. 서울시 강남구 포이동판자촌 주거복구 공대위 활동을 하였다.
3.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여하였다.
4. 겨울에 홍대청소노동자 농성 투쟁에 연대하였다.
5.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등 기타등등의 집회에 참여해 불법 가두시위 및 행진을 하였다.

검찰인지 경찰인지 보안수사대인지 여튼 제 이런 행적들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정말 신기하지만 이건 영장의 주 내용이 아니고, 주 내용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국가보안법 위반, 찬양 및 고무, 그리고 이적표현물 소지였습니다.

세세하게는 트위터에 북한 조평통인지 뭔지 이름도 헷갈리는 @uriminzok 계정의 글을 리트윗하고 “트위터라는 4명만 구독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SNS매체”를 이용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하고 선전선동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주 내용이었습니다만 일일이 다 설명드리긴 좀 제가 게으른 성격인지라 각하께서 직접 지난 기사들을 검색 해 주셨으면 합니다. 체제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에게 지금 중요한 건 제게 씌워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자체가 아닙니다. 저는 이 편지로 대통령님께 제가 국가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청년”

첫째로는 조사장소가 수원에 있는 경기보안수사대인데, 여기까지 제가 편도 1시간 반을 이동해 여섯 시간 조사를 받고 와야 하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매출이 뚝 떨어진 것.

둘째로는 집과 가게를 압수수색한 이후로 집과 가게에서 제대로 된 업무를 보기 힘들다는 것.

셋째로는 제 방을 압수수색한 이후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제가 제 방에서 잠을 거의 못 잔다는 것.

넷째로는 이 불면증으로 인해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다섯째로는 이 일로 인해 모든 제 신상정보가 털려버렸다는 것.

여섯째로는 제 방에서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신세를 지게 돼서 주위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

일곱째로는 보안수사대 경찰들이 제 방의 물건들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제 필름 중 하나를 훼손했는데 그 필름이 저에게 아주 소중한 아직 현상도 안한 필름이었다는 것.

여덟째로는 제가 이 압수수색과 경찰조사 이후 성욕마저 감퇴되었다는 것. 저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홉째로는 이런 고통을 병원에 호소하면 “그냥 이런 짓 하지 마세요~” 하는 잔소리만 의사에게 듣고 낙담하고 집에 가서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

열번째로는 이상의 이유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것.

열한번째로는 이 사건 이후 막 이상한 활동, 예를 들면 ‘뉴타운 간첩파티’ 같은 걸 하는 사람들과도 연계되어버렸다는 것.

열두번째로는 판사와 검찰조차 저의 트윗이 '농담'인 것을 알면서도 저를 고향땅에서 수 시간 거리에 있는 수원남부경찰서에 구속 한 것 등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경찰들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트위터에 몇 개의 글을 올렸냐면 무려 7만 여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걸 다 보느라 애쓴 보안수사대 경찰님들, 정말 일 많이 하셨구요. 경찰 수사관 분들 정말 수고하셨는데, 너무 하찮은 일을 하신 것 같아서 보기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오죽하면 조사 중에 조사관이 저에게 손목아픔과 목결림을 호소하겠습니까?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뉴스보니 곽노현 조서가 1000페이지 정도였다 합니다. 제 조서도 150페이지는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각하! 저는 이제 25살입니다. 그런데 아직 조사가 많이 남았으며 여론은 이미 저에게 죄가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고 저도 대충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사를 받으면서 정말 제게 죄가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고민으로는 죄가 될 일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만일 이 글을 읽고 제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한 징역 7년 정도 살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겠지요.

저는 사진관 운영 몇 년으로 제 인생을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 저는 해야 할 일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해야 할 사랑도 많고 각하께서 일자리를 잘 창출해주시면 회사에 입사할 능력과 의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한 성욕감퇴도 어떻게든 기필코 해결해야 합니다. 에리카 김 같은 멋진 여성을 만나 일생의 사랑을 해보고도 싶고, 내곡동 같은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멋진 녹지 안에 집을 짓고 거스 히딩크에게 제 자식을 소개해 주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지금 많은 이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으며, 이미 이 사건으로 인해 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저 같은 청년을 국가가 보살펴주지는 못할망정 범법자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아래 글귀는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참 좋은 글귀다 싶어 집에 붙여놓은 것입니다. 아마 수 십 년도 더 지난 글귀일 것입니다.

“한 젊은이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데, 국가가 그 길을 막는다면 국가는 젊은이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글귀가 진리라고 생각하며, 이게 진리가 아니라면 그냥 국가가 저에게 진 빚 그냥 잊어버리고 이 나라의 국적을 포기할 생각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지금 현재 가해지는 일들을 바라보면 저 글귀를 보며 꿈꾸던 조국의 현실이 얼마나 먼지 통탄을 금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나라,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살 날이 아직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신이 저 글귀 속의 젊은이와 똑같은 젊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젊은이가 청운의 꿈을 펼치던 조국이 대한민국이듯이 저에게도 그러하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답변을 앙망합니다...

2012년 1월 16일 수원남부경찰서유치장에서
사진가 박정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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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 공개서한 , 이명박 , 박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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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 하는 긍정&도전 정신"은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트위터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임.

  • 농담

    북한체제 찬양은 했지만 농담이었다.
    물건은 훔치긴 했지만 장난이었다 와 무슨 차이가??

  • 김종실

    징역에서 집으로가고 싶으면,북괴 찬양을 한것이 아니란 내용이 주를 이뤄야 할텐데,그냥 무슨 펜팔 형식의 편지를 대통령에거 보냈으니 징역 그냥 살아야겠네.징역에서 집으로가고 싶으면,우선 북괴 추종 사이트에 어떻게 접근하게 되었는지..또 북괴 추종 내용을 전파한 이유가 장난이라는 논리가 강해야지,또 거기에다가 요즘 김경준 애기가 슬슬 나와서 신경쓰이는 마당에 에리카 애길 하다니..완전 징역 길게 살려고 작정했군.대한민국 국민이라면,북괴추종 사이트억 들어가서는 안되는 것이고,혹 호기심에 들어가 봤어도,다른 사람이 볼까 무서워 신고를 했어야 최소한의 양심 국민이지..어떻게 북괴 찬양적 메시지를 전파할 생각을 한단말인가.박정근이슨 징역 한참 살아야 한다.

  • 참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살면서 국보법 ㅋㅋ국보법이 어떻게 쓰였는지 대한민국 12비사나 읽어봐라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