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 앞에는 촛불집회가 예정된 7시 30분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보신각 일대는 구럼비를 지키자는 구호가 새겨진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지나는 시민들에게 강정의 상황을 알리고 연대의 메시지를 받아 만든 상징배너를 광장 곳곳에 설치했다.
무대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영상인사가 끊임없이 흘렀다. 런던과 파리에서 있었던 연대집회 영상과 해외 인사들의 연대메시지가 나오자 지나는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스크린을 바라봤다.
본대회가 시작된 7시 30분 께엔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광장을 메웠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있는 이훈삼 목사는 “전쟁도 두렵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전장이 되는 것”이라며 “남의나라 전쟁에 땅을 빌려주는 역사적 반복을 하지 않기위해서도 제주 해군기지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본대회가 시작되고 해가 저물어 가면서 촛불의 점화식이 이어졌다. 강정마을에서 긴 시간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하다 얼마 전까지 옥고를 치룬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들고 나선 청사초롱의 불이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의 촛불로 이어졌다.
“경쾌하고 발랄한 투쟁방식에 감탄했다”던 이훈삼 목사의 말처럼 집회는 주로 문예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중가요를 개사해서 율동과 함께 펼쳤던 대학생 시대여행의 무대는 지나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등의 관심을 표현했다.
현 정권의 실정 사례를 들먹이며 진행된 만담에도 사람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대전지역 활동가라고 밝힌 두 참가자들은 MB의 실정 사례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마침내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만담을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문규현 신부가 직접 가사를 쓴 판소리와 지난 한 달간의 촛불 이어켜기 활동을 담은 영상 상영도 이어졌다.
문규현 신부는 “1만이 모여 걸으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문규현 신부와 강동균 마을회장의 발언을 끝으로 정리된 22번 째 ‘달려라 촛불, 힘내라 강정, 지키자 평화 촛불 이어켜기’는 30일부터 시작되는 평화 대행진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결의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강정 평화 대행진은 오는 30일 제주시를 출발한다. 이후 5박 6일간 제주 전역을 도보 답사하며 해군기지의 위험성을 제주시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대중들에게 알려낸다. 출발 전 날인 29일에는 여균동 감독과 김선우 시인 등이 주최하는 전야제가 열릴 예정이다. 8월 4일 본 대회에선 들국화, 윤영배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