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선일보가 기호 1번 후보의 부정선거를 4일자 1면에 다룬 점은 이런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다. 대선 일정으로 쏟아지는 여러 굵직한 뉴스들 사이에 전교조 부정선거를 1면에 다룬 것은 전교조 부정선거가 대선과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교조 내에서는 이번 부정선거 문제가 참교육을 향한 전교조의 진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교육감 선거나 대선, 진보진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감지하고 빠른 진상규명 요구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논평에 이어 많은 언론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전교조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평소 참교육을 외치고, 학생들에게 공정함을 가르쳐야하는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정확한 진상조사와 전교조 측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교조는 자체 진상조사나 부정에 대한 자정능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는 3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을 위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기호 1번 후보 쪽 성향의 중집위원이 많아 안건은 부결됐다. 또한 이 문제를 보수언론 등이 먹잇감으로 활용하자, 오히려 부정선거의 피해자인 2번 후보 쪽에 책임을 묻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사안이 1주일 전부터 <참세상> 등의 언론에 보도됐을 뿐만 아니라, 전교조 선관위에서 6만여 조합원에게 1번 후보의 부정선거 경고문 메일까지 발송해 보수언론의 보도는 시간 문제 였는데도 전교조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악의적인 흑색선전까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교조 조합원은 “전교조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 문제를 떠나 이번 부정 선거 사태의 진상조사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 문제는 선제적으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1번 후보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자정능력을 보여줬다면 조중동의 먹잇감은 안 됐을 문제다. 전교조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타이밍을 놓쳐 전교조 전체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전교조 기호 1번 후보의 부정사건은 기호 1번 선본 쪽이 기호 2번의 선거 공보물을 사전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빼낸 사건으로 전교조 공보물은 선거 당락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보물은 홈페이지 아이디 도용을 통한 불법 해킹 등의 방법이나 부정한 방법이 아니고는 사전에 유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전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전교조 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공보물을 도용당한 기호 2번 김정훈·이영주 후보 쪽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지금까지 전교조가 정권과 교육 관료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힘은 전교조가 도덕성을 생명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며 “기호 1번 후보 측에 의한 불법 선거는 전교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의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