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두고 “과거 줄푸세 같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내세웠을 때에 비해서 엄청나게 좌경화됐다”고 평가했다.
장하준 교수는 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당선되려니까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이면 우파건 좌파건 거기 맞춰야 되는 게 민주주의의 좋은 점 아니겠느냐”며 “사실 (박 당선인이) 어떤 분야에서는 민주당보다도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놨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복지 확대에 좀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설계를 좀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장하준 교수는 또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어떻게 늘려가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며 “복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걸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고, 많이 지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교수는 “요즘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자기들이 마음에 안 드는 복지 정책을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지금 당장 하겠다는 복지정책은 그렇게 큰 정책들이 아닌데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우리 재정 상태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장도 안 되는 단계에 왔다”며 “지금 복지가 미비해서 사람들이 아이도 안 낳고, 직업 선택에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러 가지 안 좋은 현상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 복지를 늘려야 앞으로 경제성장이 잘되는 그런 시기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될 문제를 두고는 “개별적인 정책보다 사회통합을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 특정 지역 출신들이나 과거 야당인사들에게 높은 자리 나눠주는 식의 통합은 (방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장하준 교수는 “계급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의 통합을 위해서는 복지 제도를 확대하고, 절규하는 노동자를 감싸 안고, 파산직전의 영세상인들과 자영업자들도 돕는 정책들을 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사회를 어루만져 통합하지 않으면 계속되는 갈등 때문에 모두 같이 잘못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