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에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올림은 삼성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올림은 22일 오전, 강남역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대화 제의 경과보고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삼성전자 DS부문 김종중 사장은 백혈병 항소심 원고 측 소송대리인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대화 제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후 반올림은 삼성 측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대화수용 의사를 밝히고 1월 14일까지 ‘공문서로 된 공식입장’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삼성 측은 1월 11일, 공문을 보내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점과 합당한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 측에서도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시간과 장소, 담당자나 대리인을 선정하여 빠른 시일 내에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삼성 측의 대화 제의는 삼성 백혈병 최초 제보자인 황상기 씨(고 황유미 부친)와 반올림이 삼성 백혈병 싸움을 진행한 지 6년 만에 이뤄졌다. 황상기 씨는 “삼성은 유미의 죽음이 개인적인 질병 때문이라고 몰아붙였고, 너무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6년간 싸워왔다”며 “긴 시간 싸움을 진행하며 많은 여론과 국민들이 삼성을 질타해주셨기 때문에 삼성이 드디어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황 씨는 “삼성은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 하며,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을 충실히 반영하는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역시 입장을 발표하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굴복하지 않고 싸워 온 고통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로서, 삼성의 ‘대화제의’를 바라보고 있다”며 “반올림은 고 황유미의 죽음부터 160여 명의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책임자인 삼성의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한 “반올림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의미와 의지를 다지며 대화에 임할 것이며, 삼성전자 역시 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책임지는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후 유족들과 논의해 협상단 선정 등 협상 제반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반올림은 이후 삼성과 백혈병 문제의 진상조사와 대책, 유족 보상 등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한다. 이종란 노무사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선 삼성 백혈병에 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며, 삼성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또한 지금 당장 치료비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고, 그간 경제적 고통을 겪어온 유족들의 보상 문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반올림은 삼성이 대화 대상으로 언급한 5명의 유족 외에도 잠재적 피해자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이 언급한 5명의 소송당사자만의 문제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며 “피해자들의 항소심은 계속 진행될 것이며, 삼성은 대화를 빌미로 소송중단을 요구하는 부당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