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도 ‘노조파괴 시나리오’ 가동... 문건 폭로

창구단일화 악용해 교섭회피, 해고 대상 조합원 명단 등 작성

홍익대 신규 용역업체가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해, 이를 현장에 적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문건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세력약화 방안, 조합원 성향, 해고 대상 조합원 명단 등이 담겨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23일, 홍익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용역업체인 국제공신(주)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을 폭로했다. 국제공신(주)는 이전 경비업체인 용진실업(주)이 퇴출된 후 올 1월 선정된 신규 업체다.

국제공신은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른 교섭 회피 방안을 작성했다. 또한 용진실업 노무관리자와의 미팅을 통해 조합원 성향파악과 해고 대상 조합원 명단 등을 인수인계 받았다.

문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용진실업 오 모 부장은 국제공신과의 미팅에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만나자고 하면 미루면서 안 만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노조 간부들에 대해서도 “000라는 사람은 대화가 안 되고 무조건 점거농성하면 된다는 무식한 사람”이라며 “무식한 인간한테 무식이 대응이라고 강하고 무식하게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홍익대 000 부분회장, 000, 000, 000은 반드시 해고해야 할 사람”이라며 “아마 본인(오 모 부장)이 계속 관리했으면 미화원들도 분열돼서 민노총을 해산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경회(기업노조) 지원과 민주노총 소속 홍익대분회에 대한 노조파괴 시도도 드러났다. 문건에는 “홍경회가 과반수 노조원을 구성하게끔 물밑으로 힘을 쓴 게 현 모 소장”이라며 “용진실업은 현 모 소장에게 급여 외에도 매월 15일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55만원을 지급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본인(오 모 부장)이 오죽하면 내 오른팔을 민노총 노조원으로 심었어도 해결책이 없었다”는 노조파괴 시도 흔적도 드러났다.

또한 국제공신은 노무관리 방침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절차 활용 방안, 노조와 상견례 시 구체적인 대응 요령 등의 문건을 작성했다.

노무법인은 문건에서 “큰 틀에서는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과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세력약화에 초점을 맞춰 노무관리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경지부의 개별교섭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서경지부와 교섭을 하게 된다면 홍경회 노동조합을 우호적인 성향으로 묶어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향후 대응방안으로는 “서경지부로부터 개별교섭에 대한 요구를 받았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별교섭에 응할 수 없음을 통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와 상견례 시 대응원칙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건에는 △상견례 시간은 길게 이어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함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는 다음 약속 일정을 핑계로 간단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함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일, 국제공신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내고 7일 노사 첫 상견례를 진행한 바 있다.

박진구 홍익대분회 부분회장은 “원하청 싸움 없이 대화로 노력해 보자던 국제공신이 입찰이 끝난 후 돌변했다”며 “노조탄압을 위해 노무법인과 음모를 꾸며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권태훈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원청의 의지만 있으면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되지만, 학교 측은 노조와 면담에서 이미 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며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하지만 원청의 묵인 없이 이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학교당국은 즉각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15일, 민주노조 기획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국제공신과 용진실업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고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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