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노동장관 후보자, 일부 노동현안 노선 수정 언급

인사청문회서 “낙마” 거론되자 현안 문제 적극성 보여

박근혜 정부 고용문제와 노사관계 전반을 담당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열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방 후보자는 서면 정책질의서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여야 의원 모두에게 질타를 받았다. 신계륜 환노위 위원장은 여러 차례 좀 더 소신 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하남 후보자는 이날 오전 여야 의원들이 질타를 쏟아내고 낙마를 거론하자 오후엔 적극적으로 각종 노동현안 문제 재검토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방 후보자는 해고자의 노조가입 문제로 법외노조 논란의 가운데 있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문제를 놓고 국제기준에 맞춰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일부 정책노선 수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또한 경제민주화에 노동이 빠지면 실패한다는 발언 등에선 전향적인 태도도 드러냈다.

하지만 방 후보자는 현대자동차와 신세계 이마트의 불법파견, 쌍용차 국정조사, 노조법 개정 등 전반적인 노동 현안에 관해 추상적인 답변과 사회적 합의 강조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에게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휘둘리는 것 아닌가 우려 커”

방하남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부터 고용 문제를 중심으로 정책과제를 밝혀 노동문제 해결 능력이 주로 검증 대상이 됐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서면 답변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그냥 이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너무 실망이었다”며 “노동문제에 대한 생각이 너무 불투명하다. 벌써 부터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휘둘리는 것 아닌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노동 언급은 일체 없었다”며 “인수위에서 노동 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노동 없는 경제민주화를 외쳐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나. 고의적으로 이 내용을 뺐느냐”고 지적했다.

방 후보자는 “노동을 일부러 배제한다거나 그런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노사관계나 노동문제 해결이나 노사관계 협력이 없으면 경제민주화는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정부의 현대차 불법파견 등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평가를 요구했지만, 방 후보자는 “저는 미래지향적이고 싶다. 평가 점수를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과거 부족한 점들 보완하면서 노동행정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이어갔다.

홍영표 의원은 “이미 대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한 명쾌한 문제에 대해서도 소신도 철학도 없이 빙빙 돌려가면서 얘기하는 등 답변을 들을수록 새로운 고용노동 정책의 변화나 발전을 가져올 분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든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의원도 “상투적인 얘기만 하셔서 의원들이 장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라며 “답변을 보니 소신과 비전도 뚜렷하지 않은 분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노동 없는 노동부 장관을 임명해 박근혜 정부가 노동배제 소신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수미 의원은 “MB정부 5년간 고용노동부는 기획재정부의 하위 부서였는데 서면질의 답변은 그 하위 부서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내용이었다”고 비난했다.

방하남 후보자는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사 간에 대화가 잘되고 협력이 잘되면 과거를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며 “노사관계가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고용률 70%, 중산층 복원 70%인 고용친화적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법파견 유사사항은 확대 적용”

이날 청문회에선 대형 유통업체와 자동차 산업의 불법 파견 실태 조사와 문제 해결 방안도 주요 검증 사항으로 제기됐다.

김성태 의원은 “대형마트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현황, 비정규직 근로 조건개선과 건강개선 증진 문제에 매년 사업장 감독 강화 같은 입에 발린 형식 답변만 있다. 그런 식으로 답변해서는 안 된다”며 “대형마트의 불법파견 문제는 노동부가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엊그제 지엠 대우가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지만 사건발생 10년만이었고 소송에만 8년이 걸렸다. 현대차 사내하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은 2004년도에 9,234개 공정에 대해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이번에 이마트에서 했던 것처럼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도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조치를 하면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하남 후보자는 “현대차는 수사가 진행 중이고 법적인 판결이 나오는 대로 불법파견에 위법사항이 있으면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형 유통업체 불법파견 문제는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특정 마트 뿐만 아니라 유통업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로 다른 업체에도 유사한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를 두고는 “협소한 해석을 넘어 어떤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발견되면 유사사항은 확대 적용하도록 돼 있다.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방 후보자는 노조전임자 문제나 복수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법 개정 요구를 두고는 재차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강조하고, 정리해고 요건 강화 문제도 고용 시장의 잘못된 신호를 거론하며 균형감 있는 해법을 강조해 이명박 정부 정책방향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엔 “사회 각계와 국회에서 여야 간 다양한 의견이 있어 여야 간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기업단위 노사문제는 노사가 일단 자율적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문제해결 방안을 찾고 그런 과정에서 정부가 할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해 역시 이명박 정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철학·전문성·소신·추진력 모든 측면에서 850만 비정규직 시대의 노동부장관으로서 부적격으로 드러났다”며 “노동철학을 물었더니 ‘사회적 대타협’이나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와 같은 추상적인 답변을 하며 노동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 부족을 드러냈다”고 악평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도 방 후보자가 쌍용차 국정조사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청문회 시작 때는 상상도 못했는데, 국무위원 후보자의 역량과 업무능력 때문에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야 의원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협 의원도 “인사청문회는 노동부 수장으로 소신과 자질 등을 확인하는 자리인데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