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농성 만 300일째를 맞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17일 늦은 3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투쟁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했다. [출처: 비마이너] |
광화문 농성 300일째(16일)를 맞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17일 늦은 3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앞에서 투쟁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같은 해 10월 26일 새벽 고 김주영 활동가가 화재로 질식사한 뒤에는 24시간 활동보조 보장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날 투쟁대회에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오늘로 광화문 지하도에서 농성한 지 300일이 되었는데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장애등급제와 가난한 사람을 죽이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라면서 “그래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죽지 않기 위해 싸웠지만 우리는 김주영 활동가, 박지우·지훈 남매 등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시설에서 소리 없이 죽어가는 장애인과 돈이 없어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어찌 투쟁을 그만둘 수 있겠는가?”라면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라고 강조했다.
노들장애인야학 정수연 학생의 아버지 정종훈 씨는 “34년 동안 장애인 아버지로 살았는데 젊었을 때에는 내가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드니 점점 걱정이 된다”라면서 “그 이유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부양의무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정부가 계속 부양의무제 폐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복지부 장관을 쫓아다니는 투쟁단을 만들어 장애인의 삶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앞으로 열심히 투쟁해 반드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노들장애인야학 정수연 학생의 아버지 정종훈 씨가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
이어 농성 300일 투쟁 지지발언이 이어졌다. 통합진보당 민병렬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부분적이라도 정책으로 이끌어낸 것은 여러분이 온몸으로 투쟁한 결과”라면서 “앞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라고 밝혔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300일 동안 농성을 지켜낸 것이 놀랍고 존경스러우며, 이러한 투쟁 때문에 중증장애인의 삶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하지만 공동행동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이 갈수록 어긋나고 있는데 앞으로 국회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연대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십여 년 전 대학생이었을 때 장애인이동권 투쟁에 연대했는데 당시 처절하고 필사적이었던 투쟁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라면서 “수많은 사람을 절망으로 내모는 2가지 악법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투쟁이 승리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면 그것은 수급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면서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를 전환하면서 생계급여 없이 일 년에 고작 몇만 원 주는 교육급여 대상자만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수급자를 늘린다고 선전하려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전두환의 추징금이나 재벌들의 조세 외국 도피는 잡아내지 못하면서 고작 몇만 원 늘어난 수급자의 소득은 행정력을 집중해 바로 잡아내는 게 바로 이 나라 정부”이라고 꼬집고 “부양의무제 폐지 없는 사각지대 폐지는 거짓말이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반드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마무리 발언 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출처: 비마이너]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소고기, 돼지고기도 아닌데 고기처럼 등급이 매겨져 사는 삶이 한스럽지 않느냐?”라면서 “아직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더 분노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지금 복지부 청사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투쟁을 그만두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으면 300일이 아니라 3000일이라도 투쟁해야 한다. 투쟁으로 저들이 만든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살아가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며 복지부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조계사를 거쳐 1시간 30분 동안 행진한 참가자들은 늦은 6시께 청계광장에 도착해 정리집회를 열고 이날 투쟁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해 8월 21일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공동행동은 300일을 거치면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발생한 화재로 고 김주영 활동가가 숨지고,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고 박지우·지훈 남매가 질식해 중태에 빠졌다가 숨지는 참사도 겪어야 했다.
또한 공약으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거나 추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공약은 중증장애인보호종합대책으로 바뀌는 등 공약 후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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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앞에서 출발해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출처: 비마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