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날에 생각하는 우리 곁의 팔레스타인

[기고]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에 현대중공업 장비 동원

5월 29일 오전 10시, 동이스라엘 베이트 하니나에 위치한 살라이메 씨의 집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불도저 2대는 4가구가 10년 넘게 살아온 보금자리를 순식간에 앗아갔다. 저항하며 돌을 던지던 아이 둘은 중무장한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었고, 살림을 챙길 틈도 없었던 13명의 가족들은 철근과 돌무더기로 변한 집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주 동안 일어난 가옥 파괴 행렬 중 이번이 9번째로, 다음은 어느 집이 될지 이웃들은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이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는 해도 이런 일들이 익숙해지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Hyundai Heavy Industries Palestine [출처: Carlos Latuff]

우리에게도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일이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수 십 년이 걸려 모은 돈으로, 많은 경우에 손수 집을 짓더라도 건물에 대한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스라엘의 한 NGO 단체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인이 건물 허가를 요청할 경우 95% 거부된다고 한다. 허가 없이 지어진 건물에는 철거 명령이 내려지며 위의 가정의 경우 2002년 USD 67,000에 해당하는 벌금을 지불하여 그 동안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도 못 쓴 채 집이 파괴되고 해당 지역에 거주증을 얻지 못해 예루살렘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 이렇게 쫓겨난 가족들은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s, IDPs)이 된다.

1948년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국가를 선포하고 인종 청소를 단행한 이래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수의 난민 인구를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 받을 우려가 있다는 근거가 충분한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규정하며, 여기에 근대 국가가 들어서기 전에 머물던 지역에서 쫓겨나 무국적자가 된 사람들도 포함시키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에 따르면 등록된 난민 인구만 500만 명에 이르고,팔레스타인 난민 인권 단체 바딜(BADIL)은 UNRWA에 등록되지 않은 난민까지 약 740만 명으로 추산하며, 이는 전체 1120만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의 66%를 차지한다. 이들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 등지에 위치한 58개의 난민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은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첫 번째 그룹은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강제로 이주 당한 사람들로 약 580만 명에 이르며, 두 번째는 1967년 6일 전쟁으로 가자와 서안 지구에서 쫓겨난 100만 명 가량의 난민들이다. 이 외의 이유로 강제 이주 당한 세 번째 그룹의 난민은 그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국내실향민(IDP)은 거주하던 곳에서 쫓겨나 돌아갈 권리를 빼앗긴 채로 이스라엘 내에서 머물게 된 사람들로,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건국으로 인해 대거 발생하였으며, 1967년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6월 20일 난민의 날을 맞이하며 이들을 다시 한번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2009년 용산의 아픔이 우리에게는 생생하게 남아 있고, 600일 가까이 천막 농성 중인 북아현 뉴타운 철거민도 아직 우리 곁에 있다. 이들도, 팔레스타인인들도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삶의 터전을 전부 되찾기에 너무도 어려운 상황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은 빼앗은 그 자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고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하고 이들이 설 곳을 계속해서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48년 통과된 결의안 194호에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난민에게는 그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그렇지 않을 경우에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74년 유엔 총회 결의안 3236호에서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을 빼앗을 수 없는 권리로 규정하며, 1948년부터 2000년 사이 이에 대해 135회 재확인하였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13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nve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12조에서도 이주와 거주 및 자국으로 돌아올 권리에 대해 명시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으며 점령한 지역에 이스라엘인들이 정착했다는 것을 핑계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살 공간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속되는 가옥 파괴와 강제 퇴거에 이용되는 중장비 중에서 어렵지 않게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사례인 베이트 하니나에 위치한 살라이메 씨의 2층 집을 파괴하는데 사용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현대중공업의 굴삭기들이다. 이러한 가옥파괴는 현재 동예루살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약 9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는 베이트 사파파 지역을 관통하는 6차선 고속도로 건설에도 현대중공업의 장비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가옥 파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기여하는 기업들에게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에 관한 특별 보고관 리처드 팔크는 최근의 성명서에서 “베이트 사파파의 불법 고속도로 건설에 사용되는 장비들에 대해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하며, 볼보(Volvo), 캐터필러(CAT), 현대, JBC의 중장비들이 건설 현장에서 목격되었다”고 말하며 비난하였다.

오늘도 삶이 한 순간에 돌무덤으로 변한 수 많은 사람들의 절망스러운 뇌리에는 ‘HYUNDAI’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으로 세워지는 집에 행복이 찾아올 수는 없다. 더 많은 분쟁과 아픔을 낳을 뿐이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되지 않도록 이스라엘 당국은 불법적인 가옥 파괴를 즉각 중단하고 이에 일조하는 현대중공업 역시 책임을 갖고 앞으로 이스라엘과 거래를 중단함은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장비들에 대한 조치들을 해 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