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해충? 한국은 교권 꼴찌국가”
“해직교사의 조합원자격 문제로 교원노조 설립을 취소한 것은 세계에서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세계 172개국 교원단체가 가입한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의 수잔 호프굿 회장과 프레드 반 리우벤 사무총장은 이 같이 말했다. 18일 오전 11시 여야 국회의원 면담에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다.
“한국, 국제사회 일원 되려면 다른 선택여지 없다”
EI 회장단은 박근혜 정부가 해직자를 이유로 전교조 설립취소를 강행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16일 긴급 방한했다. 3000만 교육자가 가입한 세계 402개 교원단체를 회원으로 둔 EI 회장과 사무총장이 교원노조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특정 국가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리우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전교조본부 회의실에서 가진 EI 대표단 방한활동 설명 기자간담회에서도 “한국은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기준으로 본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터키만도 못한 최하위 국가”라면서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겉모습일 뿐이고 근본 문제는 현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세계 경제 사회의 발전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만든 국제 협력기구로, 현재 선진국 34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29번째로 회원국이 되었다.
호프굿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전에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했다는 말을 오늘 국회의원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충격적이었다”면서 “세계적으로 교원노조와 의견 차이를 보이는 정부는 있지만, 의견 차이가 있다고 노조를 불법화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I 회장단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한국사회가 입을 가장 큰 해악은 ‘교육수준 하락’이라고 입을 모았다. 호프굿 회장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물론 한국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라우벤 사무총장도 “교육의 질은 교사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법으로 명시하는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EI 회장단은 이날 오후 1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계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을 만나 해직교사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환노위 여야 간사인 김성태 의원(새누리당)과 홍영표 의원(민주당),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도 참석했다.
오전 11시부터는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전병헌 민주당 대표와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위원장과도 면담했다. 이들 자리에서 라우벤 사무총장은 “민주사회에서 노조의 조합원자격은 정부가 아니라 노조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ILO와 UN의 국제기준”이라면서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설립을 취소한 것은 '96년 한국이 OECD에 가입할 당시 약속한 ‘교원의 단결권 보장’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우벤 사무총장은 “오는 12월 OECD 사무처와 노조자문위회의는 물론 유네스코와 ILO(국제노동기구) 회의에서도 전교조 설립취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면서 “한국정부가 이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에 열리는 세계교직정상회의에 한국정부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세계교직정상회의는 OECD와 EI가 공동 주최하는 정부와 교원단체 대표자 간 국제회의다.
호프굿 회장은 “전교조 설립취소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신학용 교문위원장,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물론 김성태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도 “전교조 합법화 위한 방문을 환영한다”
김성태 의원은 “EI 회장단이 우려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해 방문해 주신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I의 입장을 적극 확인하고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EI 회장단은 이번 방한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서남수 교육부장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에게도 공문을 보내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들 모두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하거나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EI 총회가 열리면 개최국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하거나, 중화민국처럼 국가원수가 직접 회장단을 영접한다”면서 “우리 정부와 여당의 EI 회장단 홀대는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