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 새누리당이 걸어놓은 현수막. [출처: 정진후 의원실] |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_국민통합 역사교과서 새누리당”
13일 새누리당이 이 같은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기 시작했다. 기존 검정교과서로 나온 고교<한국사> 교과서에 내용에 대해 이른바 ‘종북론’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현행 역사 교과서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게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교육과정, “주체사상, 천리마운동” 등을 학습요소로 결정
하지만 현 교육부가 2017년부터 적용할 <한국사>교과서에는 ‘주체사상’을 반드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요소’로 정해 놓은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핵심 요소로 교과서에 쓰고, 교사들은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논리대로라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더욱 많이 배우게 된 것”이다.
13일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2015 <역사>교육과정을 살펴본 결과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 운동, 6·15 남북 공동 선언” 등을 가르치도록 못 박았다. <세계사> 교육과정에서도 “주체사상,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등을 ‘학습요소’로 결정해 놨다.
이에 따라 <한국사>교과서는 교육과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해당 ‘학습요소’에 나온 글귀들을 넣어야 한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이 되더라도 ‘주체사상’, ‘천리마 운동’ 등을 더욱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가 지난 9월 23일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 내용 가운데 역사과 '학습요소' 항목. [출처: 교육희망 윤근혁 기자] |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정부여당이 기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만들기 위해 색깔론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 교과서는 교육과정에 따라 제작되고, 새누리당 집권 시절의 교육부가 합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교육과정 내용을 잘 모르는 집권당이 ‘주체사상’ 운운 현수막까지 내건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황 총리의 주체사상 언급에 대해 “이는 금성출판사, 천재교육, 두산동아 등을 일컫는 것인데 이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의 부정적인 면도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금성출판사가 낸 <한국사>를 살펴본 결과 주체사상에 대해 다음처럼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다룬 금성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내용. [출처: 역사교사모임] |
눈길을 끄는 것은 새누리당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지지 활동을 벌인 교학사의 <한국사>는 주체사상에서 주장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에 대해 교과서 1/5 분량으로 설명하면서도 이를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이 교과서 342쪽에 박스로 부각된 ‘더 알아보기’ 내용이다.
<한국사> 집필 교수 “새누리당 논리라면 교육부가 종북”
물론 이 교과서도 다른 출판사에서 낸 교과서와 같이 다른 부분에서는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다.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한 교수는 “교육부가 합격시킨 교과서를 놓고 ‘친북 교과서’라고 매도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자가당착”이라면서 “이들의 논리가 맞으려면 교육부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이야기니 교육부에 먼저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주체사상을 설명하고 이 사상을 비판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색깔을 씌우는 행위는 상식을 크게 벗어난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