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강조에 나쁜 일자리로 향하는 특성화고 학생들

특성화고 취업률은 높아지지만, 4대보험 미적용, 장시간 노동 증가세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상승세다.

연합뉴스 9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자의 취업률이 46.6%로 작년보다 44.2%보다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6대 개혁과제 중 일·학습 병행 확산,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 등을 선정하고, 취업과 연계된 채용약정기반 현장실습학기제(3학년 2학기)와 장기현장실습을 시범 실시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효과로 볼 수 있는 취업률 상승세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정의당 정진후 국회의원은 지난 5월, 교육부로부터 받은 취업률 통계를 분석하고,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률에는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나쁜 일자리도 취업률에 포함시켰다는 이야기다.

정 의원에 따르면 2013년 고교 취업률은 37%, 2014년 고교 취업률은 44.9%로 7.1% 상승했다. 그러나 고용보험 가입자만의 취업률로 계산하면 2013년은 28.2%, 2014년은 29.2%로 단 1%만 상승했다. 그만큼 고용보험 미가입자 취업률이 대폭 상승했다는 것.

이런 배경에는 교육부가 교육청의 평가지표로 ‘특성화고 취업률’에 높은 배점을 배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의원의 지적이다.

2015년 교육청 평가지표 중 취업률과 관련된 배점은 총 4점. 그러나 고용의 질과 관련된 지표는 전무하다.

의원실은 “교육청 입장에서는 교육청 평가에 따라 특별교부금이 차등 배분되기 때문에 고용의 질은 고려하지 못한 채 취업률에만 목멜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한 관계자는 “특성화고 취업률에 따라 예산이 달라진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허수로 취업률을 올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유해한 업체에 대한 관리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김 교육감이 취업률을 신경쓰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여 체불임금 사업장과 유해 업종에 보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쁜 일자리’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그래서 취업률은 갈수록 상승세에 있지만, 고교 취업유지율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감사원이 발표한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지적됐다. 감사원이 2013년도와 2014년의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통해 특성화고교 졸업자의 취업의 질을 분석한 결과, 2014년의 경우 취업자 수는 53,755명이었지만,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된 취업자 수는 36,390명으로 67% 수준에 그쳤다. 2013년에는 건강보험 가입률이 74.5%였다는 것을 비춰볼 때,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이 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일부 특성화고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무관하거나 현장실습이 제한된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거나 현장실습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부산교육청 관할의 한 특성화고는 10명의 학생을 한 파견업체에 현장실습하도록 하면서 야간근로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적발됐다.

특히 일부 교육청은 노동부가 고시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과 체불임금 사업장에 현장실습을 보내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노동시간도 상당하다. 정진후 의원실이 지난 2013년 1,801명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주 40시간을 넘긴 이가 545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50.4%에 달했다. 특히 1주 48시간을 초과한 이들도 전체 응답자 중 35.1%, 379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2012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최대 노동시간을 1주 40시간으로 못을 박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같은 개선대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없게 됐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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