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국정 역사쿠데타, 결국 실패할 것”

국정화 고시 강행날 긴급 성명... 전국 곳곳서 촛불 집회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발행체계 국정 전환 고시를 확정한 데 대해 “학생의 날 자행된 역사쿠데타, 정권의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날 저녁 서울과 인천, 충북, 전북, 부산 등에서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전교조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한 3일 오후 긴급성명서에서 “오늘의 반역사적 쿠데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기만적인 ‘작전명’으로 추진되었으니,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생각들은 모조리 악으로 내모는 태도에서 파시즘의 전조가 읽혀진다”며 “인류를 비극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던 히틀러가 무덤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전교조, 이미 밝힌 '고시 강행시 연가투쟁' 현실화 주목

  서울시민 500여명은 3일 저녁 청계광장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국정화 확정 고시 강행을 규탄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이날 오전 11시 정부는 당초 밝힌 확정 고시일이었던 5일보다 이틀을 앞당겨 고시를 강행했다. 국정화 행정예고에 국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는 기한인 11월2일 24시가 지난 지 11시간 만이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국정화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또 “국정화 추진 세력은 탈법적 비밀 TF 운영, 근거를 상실한 거짓 선전, 말 바꾸기, 비판 목소리에 대한 협박과 탄압, 저열하고 공격적인 언동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함으로써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다”며 “추진 과정에서 정권이 보인 폭력적이고 광기 서린 작태는 스스로 국정화의 정당성을 소멸시켰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역사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려는 민중의 저항이 한층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교조는 설명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백지화시키기 위한 투쟁방안을 논의했다. 전교조 중집은 결정된 방안을 오는 7일 열리는 비상 전국대의원대회에 올려 총력투쟁 계획을 확정한다. 전교조가 지난 달 밝힌 ‘고시 강행 시 연가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지난 달 29일 발표한 교사 시국선언 탄압과 교원평가 훈령 제정 강행 등 교육·노동 파탄 정책에 맞선 투쟁방안도 비상 대대에서 결정한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 대학생, 중·고등학생, 시민들은 이날 저녁 전국 곳곳에서 고시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에서만 500여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빌딩 앞 계단에 모여 “권력을 위한 교과서 필요 없다. 국정 전환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곳곳서 촛불 집회, 여전한 반대 목소리

  국정화 확정 고시 강행 규탄 촛불 집회에는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도 참여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황 총리가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대국민담화에서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이고 북한 편들기식으로 썼다고 한 것에 대학생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한연지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정권이 색깔론을 들이대며 국정교과서를 강행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진실을 은폐하고 유가족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운 정부가 교과서를 만든다면 진실을 은폐하는 잘못된 교과서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김한성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도 “고시를 강행하면서 국민통합을 운운하지만,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것이 국민통합이냐”며 “교과서를 왼쪽으로 넘기기만 해도 좌편향이라고 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중·고교생들도 정부의 국정화 강행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이한수 학생(경기 광주 중앙고)은 “국정교과서 배포까지 1년4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 집필진 구성, 현장적합성 검토까지 감안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졸속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교과서는 부실공사로 곧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꺼진 팩스로 의견을 수렴했다니 정말 창조적 발상이 아닌가”라고 황당해 했다.

한 중학생은 자유발언에서 “교과서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대통령을 반대한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생각의 싹을 잘라버리는 교과서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어떻게 2대에 걸쳐 3번의 쿠데타를 시도하는가.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겠다”고 했다. 최요셉 5.18부상자회 자문위원은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한국사 국정화를 끝까지 막아내자. 역사쿠데타를 감행한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오는 7일 오후5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4차 범국민대회를 열어 고시 강행을 규탄할 예정이다.(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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