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집필 참여”?...역사학자들 “정훈교재 만드나”

국정 <역사> 교과서에 국방·정치·경제·헌법 학자 참여 논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5일 국회에서 밝혔다.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을 총괄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정치·경제·헌법학자들은 물론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군사 전공자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일본 ‘후소샤’ 등 우익교과서에서나 정치학자 등 참여”

이 같은 한 장관과 김 국편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군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학생 교과서가 아닌 군인용 정훈교재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이들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역사학자들이 아닌 다른 연구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국내외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일식 연세대 교수(사학과)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군이 집필에 참여하는 교과서는 학교용이 아니라 군대 작전본부용 정훈교재에나 어울리는 것”이라면서 “국편이 ‘국민정신을 개조하고 민족주체성을 확립하려는 위쪽의 방침’에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하 교수는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학자들을 찾기 어려우니까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도 “백보 양보해 군의 입장을 대변하려면 국방부가 교과서 검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면 될 일인데 전쟁 상황도 아닌데 집필에 직접 참여한다니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라면서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들이 쓰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며 실제로 70, 80년대 국정교과서도 정치·경제학자들을 집필에 참여시킨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도 “지금 국편의 태도는 수학자들에게 화학교과서를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아무리 역사학자들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학자들에게 화학교과서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

역사교과서에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를 참여시킨 사례는 일본에서 ‘후소샤 교과서와 그 이후 나온 우익 역사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교과서에 정통한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검정체제인 일본의 고교<역사>교과서는 30여개의 출판사에서 내고 있는데 대부분 역사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정치학자 등을 참여시킨 경우는 후소샤 교과서와 그 이후 나온 우익교과서들 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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