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등법원 행정 7부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1별관 306호 법정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마지막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노동부 측 증인, 정부 용역과제 수행 1위
이날은 고용노동부 요구에 따라 전문가 증인으로 채택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시행령 9조 2항이 위임 명령이 아닌 집행명령이라는 점과 ‘노조 아님’ 통보가 행정 처분이 아닌 의견 제시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견해를 폈다.
이날 고용노동부 측 증인으로 나선 박 교수는 지난 해 7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관련 참고인으로 나서 ‘전교조가 현행법을 준수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게 좋았다’, ‘그 다음에 불합리한 것을 해결했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국행동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마지막 심리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상식적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출처: 교육희망 강성란 기자] |
지난 달 19일 <한겨레>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확보한 ‘고용노동부 연구과제 중 연구책임자별 연구용역 수행 현황’에 박지순 교수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28개의 용역과제를 수행해 1위를 차지하는 등 정부 추진 정책의 주요 이론가인 것으로 보인다.
법률로 조합원 자격제한 국가 '거의 없다'
박 교수는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되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위임명령인지 집행명령인지를 묻는 질문에 “노조해산명령제도가 있을 당시 노조에 대한 지나치고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폐기됐다”고 했다가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때문에 기존 노조가 재평가 되어서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을 수 있는가 대해 개인적으로 의구심은 있지만 현재의 법률 구조로 본다면 집행명령으로 보는 게 형식적으로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밝혀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복수노조가 시행됐고 노조 간 경쟁체제 도입되면서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하지만 헌재나 대법원에서 설립신고제를 합헌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취지를 존중할 수 밖에 없다”거나 “노조 아님 통보 효과에 대한 공통적 견해는 법외노조로 헌법상 노동조합 지위 유지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학계는 법외노조라고 할지라도 노조법상 특혜는 만들 수 없지만 협약 자체의 관점에서 주체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정부의 관점이 엄격한 것 같지만 대안이 형성될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는 등의 말로 학계의 보편적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답변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그도 ‘법률로 노조 조합원의 자격을 제한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없다’고 답했다.
전교조가 전문가 증인으로 신청한 김성태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교원 노사관계의 합리적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한 것에 비해 법외노조 통보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없는 박지순 교수는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외노조 중요한 이슈에 대해 정책 제안을 할 수 있고 견해 밝힐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묻는 질문에 박지순 교수는 “독일의 경우 모든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므로 공무원도 기본권의 주체이지만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며 공무원의 근로조건은 법률로 정해야 하므로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공무원노동조합 단체교섭에 관한 연구(고려대 노동대학원, 이정천, 2008)’를 인용한 위키백과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모든 국민에게 단결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확립됐다. 조직형태에 법적 제한은 없고 가입대상에도 제한이 없어 경찰관, 소방공무원, 군인 등 모든 직종 공무원의 단결권도 포괄적으로 인정된다.
독일의 노동조합은 산업별 노조체제가 확립된 가운데 산업별 혹은 직업별 전국조직으로 구성되며 공무원의 단체교섭은 연방정부, 자치주, 기조단체를 대표하는 공동대표단을 구성해 교섭한다. 하지만 근로조건은 입법사항이라는 이유로 교섭권은 인정하지만 협약 체결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노조법상 해고자 조항의 연원은 노조 보호를 위한 것인데 실제 노조 부인하는 근거로 쓰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지순 교수는 “설립신고제 포함 노조의 조직 원리나 요건 등에 대해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 집단적 노사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인가는 중요한데 노동개혁에 빠져있다. 바람직한 것은 무엇인지 접점을 찾기 위해 토론해야한다”면서 “현행법을 어떻게 해석할지 등에 대해 한계 알아야 한다”고 덧붙여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교조, 법률 위임없는 법외노조 통보 무효
전교조는 이어진 최후 변론에서 “쟁점은 노조법 21조에 명시된 규약시정명령이 아닌 노조법시행령 9조에 명시된 법외노조 통보의 정당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헌재가 이번 시정요구를 전교조의 권리에 변화를 일으키는 행정행위라 명시한 점을 들어 “이는 행정규제이며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법률의 위임 없는 시정요구에서 시작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역시 무효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교원노조법 2조와 노조법 2조는 지켜져야 하며 벌률에 명확한 위임명령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관점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법치주의 온전한 실현 위해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016년 1월 21일 목요일 오후 2시 법외노조통보취소 소송 2심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기사제휴=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