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지전대 창설, 갈등 증폭

주민 1명 부상, 문정현 신부 단식 선언

12월 1일 해군 제주기지전대 창설식이 열린 가운데 강정 주민들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일 오전 11시 30분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 뒤 묵주기도를 준비하던 정 아무개 씨가 공사장 레미콘 차량에 부딪혀 부상 당했다.

현장에 있던 박도현 수사(예수회)에 따르면, 마이크 테스트를 위해 공사장 정문 쪽으로 걸어가던 정 씨가 공사장에서 나와 우회전하며 중앙선을 침범한 레미콘 차량에 한 차례 부딪혔고, 휘청거리던 중 한 차례 더 치여, 왼쪽 발이 깔렸다. 정 씨는 발가락 뼈들이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12월 1일 제주기지전대 창설식이 열린 가운데,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주민과 활동가들을 경찰이 막아서 충돌이 빚어졌다 [출처: 엄문희]

당시 경찰들은 사고가 났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강정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고착시키고 마스크를 강제로 벗겨 사진을 찍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저질렀다. 또 사고에 항의하는 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2명을 공무집행방해로 연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오늘 하루 종일 공사장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문정현 신부는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앞서 강정 해군기지 전대 창설식이 있었던 12월 1일에도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문정현 신부와 주민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 전국대책위는 창설식이 있던 12월 1일 오후 12시 30분, 제주기지전대 창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와 군사기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기어코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된다면, 그것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시작이 될 것이며, 그 첫걸음인 제주기지전대 창설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정현 신부는 경찰의 인권침해와 사고 발생 등에 대해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출처: 방은미]
주민들은, 정부는 강정 해군기지를 두고 “우리의 생명선을 우리의 손으로 지킬 수 있는 전초기지이자, 국제관광지로서 제주의 위상을 더욱 높여 줄 15만 톤 크루즈선 2척이 계류 가능한 민군복합항 완공이 눈앞에 이르렀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해군기지가 한미일 군사동맹의 전초기지로 향후 동아시아 군사적 갈등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으며, 15만 톤 크루즈선의 운항 안전성이나 77도에서 30도로 변경된 항로 안전성 등 이곳이 과연 민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만일의 사태’, ‘불확실한 위협’을 거론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해 왔지만, 제주 해군기지는 그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일동맹이 강고해지고, 한국이 태평양 군사동맹 체제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 “모든 정황이 제주 해군기지가 지역 분쟁의 평화적 해결보다는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는데, 정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제주기지전대 창설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해군기지에 창설되는 기지전대는 기지의 경계와 군수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전대기지 창설 이후 제7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를 제주로 이전, 제주 해군기지를 본격 가동하게 된다. 전대 창설로 강정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해군은 500-600여 명이며, 기동전단이 이전하면 최대 3200여 명으로 예상된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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