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오른 5명의 뭉치 활동가들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 당시 업주, 구매자 등에게 많이 들었던 말, 탈성매매 후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을 스크린에 하나씩 띄웠다.
"수천만 원씩 벌어서 나오는 사람도 있다던데?"
부산 완월동, 대구 자갈마당 등에서 성매매 경험이 있는 봄날 씨는 “돈 벌려고 한 거 맞다. 집결지에서 빚 다 갚고 적금 넣어서 나왔는데, 그 빚을 갚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며 “방도 구하고, 그동안 힘들었으니 좀 쉬어야 하는 마음으로 병원도 좀 다니고 그랬더니 돈이 없더라”고 말했다.
서울 한 집결지에서 성매매 경험이 있는 짤 씨는 “하루 3만 원씩 잡비 타서 머리하고 화장하면서 5천만 원까지 모았다”며 “업주가 그 돈으로 남대문 시장에 1평 사서 옷 장사 하면 앞으로 먹고는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다. 5천만 원 몽땅 날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룸살롱 성매매 경험이 있는 러니 씨는 "월 1억은 벌었던 것 같다. 장부상으론 그랬는데 내 수중에는 그만큼 들어온 적이 없다"며 "업주들끼리 나를 놓고 얼마할거냐 흥정을 하는데, 그 돈은 업주들끼리 거래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업소를 옮겨 다니면서 깔려 있는 차용증이 3억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명품에 환장해?"
봄날 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명품 들고 다니는 게 그렇게 싫은 것 같다. 자기들과 우리는 격과 인권이 다르다는 생각일 거다. 똑같이 우리는 명품이 구매자와 격과 인격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라며 "홀복, 가방 다 명품으로 사야 한다. 못 사면 결국 렌탈하기도 하고, 홀복은 렌탈해서 언니들끼리 돌려 입는다. 밖에서 보면 명품에 화장한다고 하는 거"라고 설명했다.
러니 씨는 "업주가 구매자와 레벨을 맞추라고 명품 차, 명품 가방 다 해준다. 그렇게 해야 내가 한 테이블이라도 더 들어가니까 나를 위한 일이라고 한다"며 "나중에 보니 그게 다 내 빚으로 남아 있더라. 내가 꾸미지 않으면 손님을 만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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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민] |
“손님이랑 하면서 느낀 적 있어?”
뭉치 활동가 바라 씨는 “가끔”이라고 장난스레 답했다. 그러나 짤 씨는 “숏타임은 20분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그마저도 빨리해야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있다”며 “(집결지는) 느끼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러니 씨는 “때로는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처음 보는 남자와… 어떤 분은 술에 취하지 않으면 2차를 못 나가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왜 피해자인 척하느냐"는 질문에 짤 씨는 "우리가 지금 피해자인 척 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감금, 폭력 등) 이런 건 없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매매? 성노동? 착취가 없는 세상에서는 성노동이 가능할까?"
토크콘서트에 온 한 참가자는 "만약 성매매하는데 착취가 없다면 성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봄날 씨는 "나는 노동을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성산업은 착취 구조가 있기 때문에 산업이 되고 늘어난다"며 "나도 (성매매) 당사자고 노동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당사자인 것은 똑같지만, 그 사람들과 내가 말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 우리가 제일 부러워하는 북유럽을 보면 우리와 인식 구조가 다르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나라가 문명 개혁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짤 씨는 "착취가 없어지기 이전에 (성을) 사고파는 것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약 3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10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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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민] |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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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