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370명, 유엔에 ‘국정화 철회’ 청원

[현장] 1시간 거리행진 뒤 “역사 왜 바꾸나, 박근혜가 ‘바꾼애’냐”

  12일 열린 10차 청소년 거리행동에 나온 청소년들 [출처: 윤근혁 교육희망 기자]

한국 청소년 1370명이 유엔(국제연합)에 ‘한국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청원서’를 보냈다. 청소년들이 교과서정책에 대해 이처럼 큰 규모로 유엔에 청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과서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유엔 청원은 처음

12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 옆 길섶. 국정교과서반대청소년행동 소속 학생 24명이 유엔에 보낼 청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국정교과서 반대 제10차 청소년 거리행동에서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긴급청원을 진행하게 되었다”면서 다음처럼 밝혔다.

“학생들을 위해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은 국민 합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을 보면 반대 의견은 무시하고 국민들의 저항은 공권력으로 폭력적으로 짓밟았습니다.…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먼저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관점의 단일화는 학생들의 토론장을 축소시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하고, 그것은 학생들에게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어 청원서는 결론 부분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화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수 있다는 증거도 존재한다”면서 “이 청원을 통해 유엔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화 강행과 이 과정에서 자행된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사안에 대한 조사와 국정화 철회 권고를 요청 드린다”고 부탁했다.

  12일, 청소년들이 유엔에 청원서를 보내는 모습을 퍼포먼스로 표현하고 있다 [출처: 윤근혁 교육희망 기자]

이날 거리행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국민을 지배하지 마세요’, ‘우리가 작으니까 만만하냐’, ‘생각은 자유지만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입니다’라는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장 아무개 학생은 마이크를 잡고 “역사를 10달도 가르치지 않은 선생님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든다고 하니 우리는 어이가 없다”면서 “국정화에 반대하신 선생님들을 사찰한 공무원에겐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주려고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학생들은 오후 3시 18분부터 1시간여에 걸쳐 서울 종로구 일대의 인도를 따라 걸으며 홍보활동을 펼쳤다. 한 학생이 북을 치면 다른 학생들은 이 박자에 맞춰 다음처럼 외쳤다.

“청소년은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국민의견 무시하는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학생들은 줄곧 이 같은 구호를 수천 번에 걸쳐 빠짐없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박수를 치거나 카메라로 담는 시민들도 있었다. 반면, 한 노인은 학생들을 향해 “미친 ×들”이라는 욕을 퍼붓기도 했다.

박수도 받고 욕도 먹은 학생들, “거리행동 계속한다”

이 욕을 얻어먹은 한 학생은 “우이 짜증 나!”라고 말했지만, 얼굴은 밝게 웃고 있었다. 이 학생은 “저도 욕하고 싶지만…”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청소년들이 '국정화 반대'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출처: 윤근혁 교육희망 기자]

거리행진을 마친 뒤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마이크를 잡고 “왜 역사를 바꾸려고 하느냐”면서 “박근혜가 아니라 ‘바꾼애’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청소년공동행동은 1370명의 청소년 이름이 적힌 A4 용지 6장 분량의 ‘국정화 철회 유엔 청원서’를 유엔 인권이사회 등 2곳에 전자메일을 통해 보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거리 행동은 오는 26일까지 계속 진행하고, 1월엔 국정화 반대 촛불도 직접 주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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