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초강수를 막아내기 위해 총파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날 총파업을 시작으로 연말연시까지 비상 투쟁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라 밝혔다. 총파업에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지부 등 완성차 노동자를 비롯해, 건설플랜트노조 등이 참여했다.
파업 이후에는 전국 12개 광역시도에서 동시다발 전국 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서울, 경기, 강원,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조합원 5천여 명은 오후 3시 여의도 국회 앞에 집결해 집회를 열었다. 대전과 충북, 세종충남, 전북, 광주, 전남, 대구경북, 경남, 부산, 울산, 제주 등에서도 지역별 총파업 대회가 열렸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동개악 입법논의에 착수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개혁입법 직권 상정까지 언급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애초 ‘노동개악 입법저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던 야당 역시,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의 분리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노동계와 대립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장시간노동체제를 유지하고 저임금 체제를 도입하며,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노동개악 입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노동재앙의 시작”이라며 “합의처리든 직권상정이든 그 어느 것도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투쟁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노동개혁 입법 강행 움직임과 더불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과 정권의 공안탄압 몰이도 노정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노동계를 비롯한 민중진영의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 이후 경찰은 9명을 구속하고, 5명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600여 명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1차 민중총궐기 당시 서울로 상경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발포한 캡사이신 물대포에 맞아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달 21일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별연맹 및 지역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12월 19일로 예정된 3차 민중총궐기 집회도 불허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조계사 은신 25일 만인 지난 10일, 총파업 참여를 호소하며 경찰에 자진출두 했다. 한 위원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집회금지장소위반 △금지통고된 집회 주최 △해산명령 불응 △일반교통방해 △주최자순수사항위반 혐의로 체포 이틀 만에 구속됐다. 경찰은 전두환 정권 이후 판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형법상 ‘소요죄’ 적용까지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총파업대회에서 “민중총궐기 이후 대통령은 민생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시민을 IS테러집단에 비유했다. 민주노총을 소요집단으로 규정해 괴멸시키려 한다”라며 “유례없는 공안탄압, 그 광기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연내에 노동개악 입법을 처리하라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정치테러 집단”이라며 “노동개악은 재벌의 청부입법일 뿐이다. 새누리당사로 행진해 우리의 분노를 전하자”고 호소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완성3차를 비롯한 15만 금속노조 전체가 일손을 놓고 전 지역 파업대회에 참여했다”며 “정권은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하면 민주노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힘차게 파업을 조직했다. 민주노총 80만 조합원 모두가 한상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역시 “국회에서 여야가 반민주악법과 노동악법을 합의처리하기로 약속했다. 국회가 휘두르는 의사봉은 민중들을 향한 몽둥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및 새누리당 당사 앞을 거쳐 전경련 회관까지 행진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4월 14일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7월 15일과 9월 23일로 이어지는 파상 파업을 전개해 왔다. 민주노총은 오늘 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개혁 입법 직권상정과 정부의 행정지침 발표 등을 대비해 내년 초까지 총파업 돌입 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 시기 정부여당의 도발이 강행될 시, 민주노총은 즉각 총파업을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7일에는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추가 총파업 돌입 여부를 가늠해 파상적 투쟁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