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8일 정리해고 단행 이후 7년, 이에 앞선 5월 22일 쌍용차지부가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점거 파업에 돌입한 지 2413일 만이다.
쌍용차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노조 등 노노사 대표들은 30일 평택시 쌍용차 본사에서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하고, “사측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28명 유가족 지원대책, 해고자 복직, 쌍용차 정상화 방안” 등 4대 의제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사항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사내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벌여 온 비정규직 노동자 6명도 1월 말, 첫 번째 복직자 대상에 포함돼 정규직으로 복직하게 됐다. 6명 가운데 4명은 1심에서 승소한 상태지만, 복직투쟁을 함께 해 온 2명을 포함한 6명 전원이 정규직으로 복직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남은 소송과 체불 임금을 포기했다. 다만 그동안의 경력은 모두 인정받는다.
복직 대상자 가운데 정리해고자 150여 명, 희망퇴직자 1600여 명은 순차적으로 복직하기로 했으며, 복직 완료 시점은 2017년 상반기다. 2009년 6월 9일까지의 근속이 인정되는 신규채용으로 채용인원 비율은 해고자 30퍼센트, 희망퇴직자 30퍼센트, 신규채용 40퍼센트다.
사측은 신규채용 조건으로 티볼리 롱바디 출시 등 3차례의 시점을 정했으며, 1차 채용은 1월 말 예정으로, 해고자는 6명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12명이 복직된다.
이번 협상은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 씨와 김정욱 씨가 본사 공장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던 올해 1월 마힌드라그룹 마힌드라 회장 방한 뒤 시작됐으며, 10월 말까지 32차례에 걸친 실무교섭과 10차례의 대표자협의회 끝에 이뤄졌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조인식 뒤,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 보고대회에서 “조합원들의 요구를 온전하게 반영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고, 이번이 정말 끝이라는 각오로 혼신을 다했다”고 토로하면서, “한번에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잠시 숨을 고르면서 마지막 한 사람이 복직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며, 2017년 우리의 일상을 되찾는 날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12월 30일 쌍용차 본사 앞에서 열린 투쟁보고대회에서 김득중 지부장이 지난 협상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 정현진 기자] |
이번 협상에 대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도 많다는 평가다. 우선 가장 큰 성과는 6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복직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해고자 한윤수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바람만큼 결실이 나오지 못한 부분이 아쉽지만, 엄청난 고민과 고뇌로 내린 결단이었다.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정규직 복직에 대해서는 함께 기쁨을 나눠 달라”면서, “다 함께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미안하고, 기쁘면서도 기쁘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복직된 뒤에도 현장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좋은 내용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고자들의 목줄을 죄었던 손해배상이 취하됐다는 것도 성과지만, 총 47억여 원의 손해배상액 가운데 이번에 취하된 것은 사측의 14억여 원이며, 나머지 33억여 원은 정부와 경찰의 손배액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쌍용차 조합원 양형근 씨는 이에 대해서, “이 부분은 사측의 권한이 아니므로,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일 것”이라면서, “협의 전부터 정부가 먼저 해결의 실마리로 취하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함께 촉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상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여전히 아쉬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협상 이후의 복직 결정이 온전히 사측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복직 대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부당해고 소송 중인 153명 전체가 먼저 소취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정우 전 지부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1차 복직이 이뤄진 후, 과연 나머지 인원이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합의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오늘 이후로 조합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또 다른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합의에 따르면 해고 대상자들은 사측의 복귀 대상자 선정과 통보를 기다려야 한다. 김 지부장은 티볼리를 비롯한 신차 출시 판매가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주간연속 2교대 실행에 따라 일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사측이 경영 실적을 핑계로 삼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김 전 지부장은 “사측은 이번 협상으로 법적 위험을 모두 제거한 것이고, 사측이 협상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시민들에게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열린 투쟁 보고대회에는 그동안 쌍용차 해고자와 연대했던 시민들이 함께 모여 축하와 응원의 인사를 나눴다.
대한문 연대 시민이었던 탁이미정 씨(세라피나)는 “이런 날이 오기는 온다”면서도 “많은 이들이 복직을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공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심경을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자들이 정규직으로 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기쁘다. 좋은 생각만 하면서 다른 이들의 무사한 복직을 빌 것”이라며, “복직될 조합원들이 공장에 돌아가서도 다른 이들과 연대하는 삶을 지금처럼 이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경림 수녀는 “아이들이 기도하듯, 복직만 되게 해 주신다면 내가 더 잘 살겠다는 기도를 늘 드려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해고자들의 죽음을 접하면서, 해고자들의 고통을 스스로의 고통으로 느꼈다는 김 수녀는 해고무효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면서 복직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현장 복귀 결정이 기적처럼 감사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수녀는 쌍용차 해고자들과 연대한 것에 대해서 “고통받는 현장은 베들레헴 마굿간의 구유이고, 부활의 현장”이라면서, “해고자들의 투쟁 현장은 강생한 예수, 부활한 예수의 현존을 체험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달려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쌍용차 조합원 노래패 '해피 먼데이'가 연대자들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사진/정현진 기자] |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2009년 1월 쌍용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고 5월 8일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5월 22일부터 쌍용차지부는 공장점거파업을 벌여 경찰 검거 작전으로 끝나기까지 77일간 저항했다. 노사는 파업 직후인 8월 6일 협상을 열고 해고대상자 976명 가운데 48퍼센트를 무급휴직자, 52퍼센트를 해고대상자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해고자와 그 가족 28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단식과 고공농성 등 2400여 일간의 복직 투쟁이 이어졌다. 복직투쟁 과정에서 쌍용차 사측이 구조조정을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법원은 해고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쌍용차 사측의 회계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7년의 복직투쟁에 대해, “결국 당사자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동력이었으며, 관심과 연대가 그들을 지탱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구조조정이 고의적이고 기획된 일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으며, 법적인 요건을 만들어서 행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 사건에서 남은 과제”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그는 이번 협상은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역량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며, 특히 연대의 정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아직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면서, “앞으로 해야 할 것은 전체 노동운동과 정치적 영역에서 자본 편향적으로 기울어진 구조와 정책, 노사관계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쌍용차 복직 투쟁은 우리 사회 정리해고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 싸운 것이라면서, “훌륭하게 싸웠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것에 대해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7년 동안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제휴=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