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생들, 단체행동으로 학자금 부채 폐지 시동

1300명 폐지, 신청자 7500명으로 늘어...학자금 부채, 미국 대선 이슈로 부상

[편집자 말]미국에서 불붙은 대학 학자금 부채 폐지운동이 심상치 않다. 미국 교육부는 지난해 1,300명의 학자금 부채를 탕감했고 자신의 학자금 부채를 폐지해 달라고 신청한 이들의 수도 7,500명으로 불어났다. 지금은 폐쇄된 코린시안 칼리지 등록생 15명이 시작한 학자금 부채 폐지운동의 여파다. 오큐파이월스트리트운동의 반향 속에서 확산된 이 학자금 부채 폐지운동이 불붙은 과정을 살펴본다.

[출처: socialistalternative.org]

“우리의 미래를 훔쳐 간 교육부, 채권자들, 서비스기관과 보증기관에 신물이 납니다. 학생들의 부채를 없애야 합니다.” - 2015년 코린시안 15’의 학자금 부채 거부선언 중

코린시안 칼리지(Corinthian College) 학자금 부채 폐지운동에 나섰던 15명 중의 한 명인 나단 혼스. 그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에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가수를 꿈꿨던 나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주리에서 LA로 옮겨 왔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로 그의 삶은 오히려 꿈과는 멀어져만 갔다. 학자금 대출이 화근이었다. 졸업 뒤 취업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대학 측의 약속을 믿고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일자리는 찾기 어려웠고 이자만 불어갔다. 결국 그 나락의 끝에서 나단이 선택한 것이 학자금 부채 폐지운동이다. 나단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제히 학자금 부채 상환 거부를 선언하고 폐지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자신의 학자금 부채를 탕감받았고 이 운동의 불씨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코린시안 칼리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영리대학으로 원래 미국에서 가장 큰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최고였을 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여 개의 캠퍼스를 운영했지만 지난해 5월부로 모두 폐쇄했다. 연방교육부가 이 칼리지에 대해 잘못된 취업률로 학생들을 오도했다며 지원을 중단하고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자 이 대학이 스스로 학교를 폐쇄했다. 이에 따라 하와이, 오리건, 애리조나, 뉴욕 주 등에 있는 16,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떠나게 됐다. 코린시안 칼리지가 처음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이 기관 소속의 브리맨 칼리지 보건직업교육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입학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당국이 취업률을 호도했다며 집단소송을 내면서였다. 그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연방교육부는 이 대학이 취업률을 부풀려 학생들을 기만하고 약탈적인 학자금 대출사업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재정 감사 및 캠퍼스 매각 절차를 진행해왔다.

코린시안 칼리지는 입학생들이 연방 융자 뿐 아니라 민간 대출까지 받아야만 낼 수 있는 등록금을 책정해 이중의 빚을 지게 했다. 그리고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의 100%가 취업했다는 허위 광고를 냈다. 졸업생들의 초봉이 다른 학교에 비해 높다는 광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국의 조사 결과 이 학교 학위 관련 분야 취업률은 0%였다. 코린시안은 또 대출 비율을 높이기 위해 취약한 저소득층의 구직자와 한부모를 집중 공략했다. 코린시안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측은 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자긍심이 낮은”, “고립됐으며 조급한” 그리고 “금융 개념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개인들이라고 분류해 다뤘다. 이렇게 코린시안에 입학했던 학생의 60% 이상이 3년 내에 파산했으며 졸업한 경우에도 취업은커녕 엄청난 부채를 지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런 악성 부채를 미국 정부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2015년 2월 3일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이 협상을 통해 코린시안 칼리지 등록생들에 대해 이들이 진 민간 금융 부채의 40%에 해당하는 약 4억8000만 달려(약 5564억원)의 부채 탕감안을 발표하면서 학생 채무자들의 숨통은 살짝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정작 더 큰 규모의 연방 정부 학자금 부채는 여전히 학생들의 목을 단단히 조이고 있었다.

학자금 부채 거부 선언자, 15명에서 100명 그리고 1,300명으로

코린시안 칼리지에 다녔던 15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빚 파업(Debt Strike)’을 선언하며 연방 학자금 부채에 대해서도 탕감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 수는 100명으로, 그리고 다시 1,300명으로 늘어갔다. 이들은 연방정부에 서한을 보내고 또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지난해 6월 미국 연방교육부는 코린시안 칼리지 등록생 채무자들에 대해 연방직접융자프로그램, 연방가족교육융자프로그램 등 연방차원의 100% 부채 탕감 계획을 밝히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3일 교육부는 학자금 부채 탕감 프로그램을 신청한 코린시아 칼리지 전 등록생 중 모두 1,300명에 대해 2800만 달러(약 334억 원)에 대한 탕감안을 우선 발표했다.

사실 미국 연방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학자금 부채를 탕감한 사례는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학자금 부채를 탕감 받으려면 개별적인 신청이 필요하고, 이미 파산한 대학의 서류도 제출해야 하며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조건부 탕감이 아니라 모든 학자금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고등교육은 대학의 이익이 아니라 학생들의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에는 110여 개 대학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과 학생 부채를 문제로 시위를 벌였다. ‘백만학생행진(the Million Student March)’이 주도한 이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모든 학생 부채 폐지, 15달러로 전국 최저임금 인상, 무상 공교육을 요구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 졸업생, 교직원과 학부모도 이 시위에 참가하면서 대학 무상교육 문제는 올해 미국 대선의 중심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굿와이프>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학생들이 학교를 기소하려는 장면에서 코린시안 칼리지 학생들의 빚 파업이 언급되며 학자금 부채 문제는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학자금 부채 탕감 신청자 수도 늘어 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결국 지난 6개월 동안 7,500명 이상이 모두 1억6천400만 달러(약 1천990억 원)의 빚을 폐지해 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코린시안 칼리지 학생들의 학자금 부채 상환 거부 행동은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운동을 벌였던 ‘스트라이크 데트(Strike Debt)’의 지원을 받았다. 채무자 공동의 저항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이다. 오큐파이월스트리트운동의 후속 프로젝트 중 하나로 조직된 ‘스트라이크 데트’는 코린시안대 출신을 포함한 9,000명 이상의 학생 채무를 폐지한 바 있다. 이들은 장기 채무자의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한 뒤 폐기해 현재까지 수천만 달러의 의료 및 학생 부채를 해결했다.

‘스트라이크 데트’ 활동가 앤 라슨은 이 운동을 거대한 채무 거부 운동의 시운전과 같다고 본다. 그는 최근 <가디언>에서 “‘빚 파업’도 노동운동의 작업정지권과 같다”며 “(노동자들의) 단체 협상처럼 채무자들이 함께 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미국의 4년제 대학 등록금은 42%나 증가했다. 학생 부채 총액은 2006년 6000억 달러에서 현재 약 1조3000억 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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