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호 열사투쟁, 유성지회만의 싸움 아냐"

30일, 현대차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열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30일 오후 3시,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차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약 7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은 지난 17일 노조탄압으로 자결한 유성기업 고 한광호 조합원의 열사대책위를 구성해 열사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폴리스라인 앞에 추모만장을 들고 선 유성지회 조합원

열사대책위원장을 맡은 함재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 5월 18일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용역 깡패를 투입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 동지가 두개골이 함몰되는 폭행을 당했다”며 “한광호 열사는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맞서 지난 6년간의 세월 동안 맞섰고 그 와중에 업무방해, 고소 고발, 무차별적인 임금삭감과 사측 관리자의 폭행, 자결하기 직전까지 세 번의 징계위원회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 지쳐있었다. 결국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노출됐고, 막을 수 있던 죽음을 현대차 자본과 유성기업이 타살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올해 42세인 열사가 성인이 돼서 유성기업에 입사한 후 20여 년이 지났으니 인생의 절반을 유성기업 현장에 바친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투쟁을 조직해가겠다”고 결의했다.

  고 한광호 조합원의 유족 국석호 쟁의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족 발언도 이어졌다. 고 한광호 조합원의 유족인 국석호 유성영동지회 쟁의부장은 “어머니가 광호가 집에 안 들어오고 있으니 형인 네가 좀 찾아보라고 말씀하셨는데, 고법에서 노숙농성 중이라 찾을 수가 없었다”며 “어제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어머니가 ‘싸워라, 싸워서 이겨라’ 딱 한마디 하셨다.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맙고 힘이 났다. 반드시 승리해서 광호가 노동탄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길 기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민 유성영동지회장은 “이제 열사를 믿고 더욱더 가열찬 투쟁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열흘 동안 전면파업으로, 거리에 나서서 투쟁하고 있다. 금속노동자 동지들, 특히 현대차지부 동지들, 이 싸움은 유성지회만의 싸움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싸움”이라며 “글로벌 위기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서 각 부품사 또는 모든 제조사업장이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가 금속노조로 모여 싸운다면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금속노조는 현대차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길을 막은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차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가는 대표자들

  금속노조가 집회장소 확보를 위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길을 막은 경찰 앞에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였던 고 한광호 조합원은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 간부였던 그는 자결 직전까지 회사로부터 세 번째 징계위원회 회부 통보를 받았고, 여덟 차례 경찰 조사와 열 한 차례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였다. 이런 탓에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의 43.3%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유성기업 사측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에게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 고발 건수는 천여 건에 이른다.

  30일 저녁, 시청역 5번 출구 앞 서울광장 임시분향소에서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유성기업지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유성기업노동자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시청역 5번 출구 앞 서울광장 한켠에 임시분향소를 열고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은 원천봉쇄 방침으로 방한 물품과 추모 용품 반입을 막고 농성 물품을 압수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농성은 30일 현재 8일째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는 고 한광호 조합원의 어머니로부터 위임을 받아 유성기업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안에는 △노조탄압 중단과 재발방지약속, 책임자 처벌 △노조탄압에 따른 정신건강 피해자 심리치료 △유가족 배상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유성기업 사측은 ‘개인의 죽음’이라고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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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 금속노조 , 유성기업 , 한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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