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2차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 [사진/ 정운 기자] |
민주노총 총파업이 확대되고 있다. 27일 공공운수노조에 이어 28일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며 총파업에 속도가 붙었다. 공공운수노조 6만여 명을 비롯해 오늘 금속노조 11만 명, 보건의료노조 4천여 명이 총파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성과퇴출제(성과연봉제) 폐기, 구조조정 중단, 사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관철 시까지 무기한 파업하겠다는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경기, 인천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진행했다. 서울지역은 오후 3시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조합원 1만 6천 명이 모인 가운데 총력투쟁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성과퇴출제 폐기 △공공부문 민영화 중지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확산 중지 △노동기본권과 노동개혁 입법 쟁취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늘 민주노총 총파업 총력투쟁을 시작으로 11월 민중총궐기까지 더욱더 전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위원장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권과 재벌은 우리 노동자들을 더했다 뺐다 하는 종이에 박힌 숫자로, 시키는 대로 일하다 용도폐기 당해야 하는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노동자는 빼앗으면 화내고, 때리면 맞서 싸운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삼호중공업지회 등 11만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박상준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도입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금속노조는 굴하지 않겠다”며 “총파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파업투쟁사 중인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사진/ 정운 기자] |
앞서 오후 1시 30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한 보건의료노조도 총파업 결의 대회에 결합해 ‘해고연봉제’ ‘성과퇴출제’ 반대를 외쳤다. 전국에서 모인 4천여 명의 조합원은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의 상황을 언급했다. 모 공공병원에서 환자들이 줄자 병원 전략기획실에서 ‘20만 원 드는 CT를 더 찍어라’, ‘55만 원~70만 원 하는 MRI 활성화해라’, ‘150만 원 하는 PET-CT 더 찍어라’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준정부기관이 경영평가로 이 지경이 됐다”며 “이제 개별 직원에게 성과 연봉제를 들이대 국민 병원비는 올라가고, 수입을 담보하기 위해 인력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리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 "노동개악-성과.퇴출제 완전 폐기! 총파업 투쟁 승리!"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금융, 보건을 비롯한 15개 노조가 같이 파업하고 있는데 이 파업 중심에 서 있는 철도, 부산지하철노조를 찍어서 불법이라 하면서 직위해제를 단행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 철도파업 때 파업으로 인한 직위해제는 불법임을 확인받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27일부터 파업에 나선 철도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를 향해 사측은 ‘직위해제’라는 탄압을 구사 중이다. 28일 오후 현재까지 철도공사 사측은 지방본부 국장 등 모두 100명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단행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불법 파업’을 이유로 총 829명을 직위해제했다. 27일까지 847명에 대한 직위해제를 단행한 데에 이어 28일 2명에 대한 직위해제를 추가한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성과연봉제 관련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했지만 오늘 스스로 철회했다. 이에 이의용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노사 교섭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았다”며 “파업을 불법으로 모는 사장을 오늘 검찰에 고소했고, 파업을 방해하는 증거를 모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국제연대사 중인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 부위원장 [사진/정운 기자] |
국제 조직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하워드 필립스 뉴질랜드 철도해운노조 부위원장은 철도노조, 부산지하철노조에서 발생하고 있는 직위해제 사태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립스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사측과 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며 “공공기관 노동자,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 모든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된 노동자 석방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운 시민사회 공동행동 공동대표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박 대표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을 시도하는 검찰과 경찰을 비판했다. 박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너무 뻔한 사망원인인데 물대포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과 검경은 추악한 범죄 은닉 작업을 해왔다”며 “함께 살았던 그 정신으로 백남기 농민을 살리고 민중을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새누리당사 앞까지 행진 중인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
오후 4시 20분경 본 대회가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은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까지 1.2km를 행진했다. 오후 5시, 집회 참가자들은 5대의 경찰버스로 둘러싸인 새누리당사 앞에 도착해 마무리 집회 후 해산했다.
한편, 총파업 투쟁은 10월 초까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29일은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대회가 있을 예정이다. 10월 1일엔 성과퇴출제 폐기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범국민대회가 대학로에서 개최된다. 10월 6일과 8일엔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결의 대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