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13일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 등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로 선고하고, 유가족과 활동가들이 낸 선거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하는 1심 판결을 내렸다.
▲ 지난해 3월 9일 김석기 예비후보 사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출처: 뉴스민] |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는 지난해 3월 경북 경주시에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석기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유력한 범죄혐의자의 범죄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법적 처벌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다. 지난 2009년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관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몬 진압작전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잘못을 묻기 위해 경주까지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 등 7명을 고소했다. 이름을 적시한 현수막이나 마이크 음향 모두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었다. 이어 검찰은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들에게 각각 징역 1년과 8개월을 그리고 벌금 100-500만원을 구형했다. 이 형량은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법원은 김석기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행위사실에 있어서는 선거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용산참사라는 사회적 사건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로 보기 어렵다며 벌금 70-9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살인자를 살인자라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선거법”
용산참사 8주기 추모위원회와 용산참사 유가족 일동은 13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이 비록 검찰의 징역형을 포함한 과도한 구형에 비해 많이 낮춰진 선고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용산참사 학살 피해자 가족들이, 살인자를 살인자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선거법을 인정할 수 없어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8주기를 앞둔 상황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은 “살인개발에 저항하는 철거민들의 목소리를 단 하루 만에 살인진압으로 학살한 책임자 김석기를 단 한 번도 법정에 세우지 못하고, 그 피해자 유가족들이 김석기로 인해 법정에 서서 유죄라고 판결되는 서러운 8주기”라고 지적했다.
또 “용산참사의 비극은 참사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명박, 김석기 등 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못하고, 박근혜 정권으로 계승된 국가폭력과 학살을 목도해야 하는 데 있다”며 “우리는 이 비극과 국가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권 퇴진과 함께 이명박, 김석기 등 용산참사의 책임자들을 반드시 소환해 죄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