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7일 오전 7시 9분. “크레인이 올라간다!” 소리와 함께 공사장 안에서 기계음이 요동 쳤다. 이미 구본장 여관 입구 두 군데는 봉쇄됐다. “철근 가져와!” 용역 한 명이 크레인 위에 올랐다. 옥바라지 구본장 여관 1층엔 소화기가 분사되고, 뿌연 연기로 꽉 찼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용산이 떠올랐다. 크레인은 옥상이 아닌 3층으로 이동했고, 철근 막대기를 든 용역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창문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다쳐! 거기, 사람 죽이지마!” 누군가의 절규. 문을 다 부쉈는지, 아랫층에 있던 용역이 우르르 올라가, 옥상 꼭대기 방송 장비를 멈춘다. 용역은 마이크에 대고 주민에게 “아이고!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했다.
서울은 끝없는 재개발로 몸살을 앓는다. 미관과 효율을 말하는 커다란 목소리에 고통스러워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여전하지만, 일방적인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점점 더 지지를 받고 있다.[워커스 32호]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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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 사라져가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10여 년 간 ‘개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왔다. 사진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사진기로 세상 보는 일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