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등 단체는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과 효율 보다는 안전”이라며 “서울시지하철 9호선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4일 9호선 2, 3단계 구간 운영권을 처음으로 공개입찰하고 위탁 운영하겠다고 공고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서울시의 방침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으로 프랑스 민간자본이 위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동조합은 입찰 공고 추진 중단과 함께 서울교통공사가 9호선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9호선은 1, 2, 3단계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1단계는 프랑스 민간 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가, 2, 3단계는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이 운영해왔다. 1단계는 외국자본이 운영하는 민영, 2, 3단계는 공영인 셈이다. 노동, 시민, 사회운동 진영은 애초 지하철 안전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9호선을 서울교통공사로 통합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번에 2, 3단계 마저도 공개입찰로 일방적으로 전환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김시문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1단계를 맡는 민간 자본은 이미 시민의 발목을 잡고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는 노동 조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민영화에 맞서 입찰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지부장은 또 “RATP는 9호선에 8억 원을 투자하고 2명이 23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며 “그런데 이번 2, 3단계 공개입찰로 외국 자본은 또 기회를 얻게 됐다. 9호선 민영화로 심각한 국부 유출이 이어지고 있고, 외국 자본은 9호선 안전에 재투자하지 않아 공공성 훼손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입찰에 1단계 건설을 맡았던 프랑스 민간자본 파리대중교통공사(RATP)가 이미 차량기지와 열차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입찰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김시문 지부장 |
민영화가 만든 ‘지옥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 동안 민영화로 야기된 문제들도 낱낱이 고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9호선은 적은 지하철 칸에 많은 승객이 몰려 ‘지옥철’로 유명하다. 노조는 ‘지옥철’도 민영화가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1~8호선 지하철이 6~8량인데 비해 9호선은 4량으로만 운영되는데, 9호선은 비용 걱정으로 지하철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조합원 A씨는 “이익이 최우선인 민간 자본은 손님이 미어터져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노조의 제기로 올해 말까지 급행 차량을 6량으로 늘리기로 했는데, 회사는 이마저도 지연하려 한다. 또 9호선만 직원 숙소가 없는데 기관사는 오전 1시에 퇴근하고 오전 4시에 출근할 때 쉴 곳이 없다. 이런 것들이 민영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호소했다. 9호선 기관사 이직률은 56%에 달한다.
또한, 노동자들은 ‘3년짜리 계약직’이 될 처지에 놓여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공모 운영권이 3년 계약이기 때문이다. 공개 입찰 전까지 노동자들은 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 알았다. 경영성과평가에서 60점 미만을 받으면 사업 공모를 할 수 있는데, 서울메트로9호선(주)은 80점을 받아서다.
지난달 입사한 노동자 B씨(20대)는 “입사하자마자 3년 계약직으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지난 3월 채용 당시엔 입찰 계획이 없었는데 이렇게 돼 허무하다. 20대인 나보다 같이 입사한 4~50대 동료들의 고용 불안은 더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프랑스노총(CGT)도 지난달 “서울 9호선 민영화 계획에 반대한다”며 “새로운 통합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을 책임지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통 서비스를 위해 9호선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 교통 노동자와 그들의 노동조합인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연대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는 5일부터 청와대, 국회, 서울시청 앞에서 9호선 민영화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공운수노조,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 재해 해결과 안전 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