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에 사상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 축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은 인권과 평등의 문제를 결코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며 신정부와 성소수자를 부정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보수세력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
15일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광장에서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연인원 8만5천 명이 부스 행사, 축하 공연에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5만여 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원이 모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인원이 참석한 것이다. 또 퍼레이드에도 5만5천 명 정도가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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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퀴어문화축제는 오전 11시 부스 행사를 시작으로 환영 무대와 공연 등을 이어나갔다. 참가자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며 축제를 즐겼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여러분 모두의 자긍심과 기원이 모여 대한민국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며 “서울시가 울리도록 함성을 지르자”고 축제 시작을 알렸다.
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는 정치인으로선 유일하게 무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지난해 축제 땐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참가했는데 올해 정당 대표 자격으로 이곳에 오게 돼 영광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한 대위가 동성애자란 이유로 처벌을 받아 동료의원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하는 편지를 썼는데, 안타깝게도 12명의 의원만 동의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다수의 법개정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반자법을 포함, 아시아의 두번째 동성혼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대학모임 대표 6명도 마이크를 잡고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전에서 학우들과 함께 올라왔다는 한성진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은 “아직 대학사회에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다”며 “이 정체를 두고 볼 수 없어 만장일치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한 부총학생회장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에서 연대의 발걸음도 있었다.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 대만퀴어퍼레이드 연맹은 직접 이번 축제에 참여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다. 지난 5월 24일 대만 대법원은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임을 판결하고, 2년 안에 법률 제개정을 통해 동성 결혼을 보장하도록 요구했다. 대만퀴어퍼레이드 연맹은 군대 내 ‘동성애자 마녀사냥’을 규탄하며 “한국 정부의 인권 이슈가 크게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또 기독교 등 보수 집단을 필두로 성소수자 억압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한 ’사회적 합의’ 등을 지적하며 “성 다양성 집단은 사회 인구 가운데 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을 차별, 억압 격리하려는 가짜 평등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1년 만에 종로대로 탈환… 빗속 행진 즐긴 참가자들
[출처: 김한주 기자] |
오후 4시부터는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올해는 9개의 차량이 퍼레이드를 이끌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퀴어축제를 혐오하는 일부 종교단체 등도 행진에 나섰지만 행진 방향이 달라 축제 참가자들과 충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출처: 김한주 기자] |
이번 퍼레이드는 11년 만에 다시 종로대로를 진입하는 코스로 짜였다. 종로, 을지로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4.0km에 이르는 역대 최장 코스다. 강명진 위원장은 “종로는 역사적으로 퀴어 커뮤니티가 형성돼 왔던 지역”이라며 “지난 2006년 이후 경찰이 종로 방향 행진을 막아 못하다가 올해 다시 탈환해 성소수자들로선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종로 코스의 의미를 설명했다.
퍼레이드에 나선 19세 A씨와 B씨는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건 처음이라며 “선생님이 홍보 영상을 보여주셔서 알게 됐는데 공부보다 훨씬 중요해 보여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이 아니면 이 축제에 참여할 수 없듯, 성소수자 차별 문제도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평소 집회에 자주 참석한다는 24세 C씨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모두가 모여 즐겁게 웃으며 문제를 제기한다는 게 정말 색다르다”고 말했다. C씨는 “기독교가 자신의 세력 약화를 타개할 수단으로 퀴어를 공격하고 있는데 무관심이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성 세력의 목소리가 큰 것일 뿐 그것은 보수의 목소리도, 기독교의 목소리도 대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매년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다 올해 처음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왔다는 38세 D씨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씨는 “우리 교육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소외돼 있는 게 큰 문제 같다”며 “열린 공간에서 토론하고, 의제를 발전시키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오후 6시 반쯤 퍼레이드를 마친 뒤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오후 9시부터는 장소를 옮겨 이태원에서 메인 파티를 벌일 예정이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는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린다.
[출처: 김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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