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노점 단속 [출처: 최인기] |
우선 노점상의 생사가 달린 조례 제정을 불과 한 달 만에 뚝딱 해치우려 하고 있다. 조례가 발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8월 9일이었다. 그리고 단 한 차례 관련된 토론회를 거친 뒤, 상임위원회 통과와 본회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토론회에서 노점상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조례가 어디 있냐고 성토하고 항의했다.
다음은 실태조사다. 보통 비공식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실태조사는 필연적으로 따르기 마련이다. 다름 아니라 신변을 철저히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름과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뿐만 아니라 금융정보 공개 동의서까지 제출하라는 거다. 하지만 실태조사를 전제로 한 정책은 ‘과태료’ 부가로 귀결되어 수많은 노점상이 고통 받는 결과가 됐다. 명분은 상생이지만 노점상을 배제하고 감축하는 요소로 오랫동안 작용해왔다. 그런데 누가 또 실태조사를 응하려 하겠는가?
특히 시장의 ‘책무와 관리계획 수립’이라는 조례의 조항에 따르면 서울시장의 안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순서를 밟게 된다. 가령 손수레 크기를 줄이거나, 품목을 검열하여 떡볶이와 어묵 조리 음식에 대해 규제를 하거나 매년 재산조사를 통해 계약을 맺게 하는 식의 사업이 시장의 의지대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조례의 내용에 따르면 19인 가량의 ‘상생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참여할 수 있는 노점상은 1인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머지 위원회는 시에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19인이라는 숫자의 근거는 무엇인가? 게다가 다수결이라는 의결방식이라니 이는 상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상생위원회는 노점 ‘관리계획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장의 자의적인 노점정책을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 지난 8월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노점 단속 [출처: 최인기] |
이제까지 살펴봤듯이 강감창 서울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전통시장 거리 가게 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를 행정청이 집행하는 과정에서 노점상의 생존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너무 많다.
노점상 대책은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방정부 의지로 가능하다. 꼭 제도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생존권을 보호하고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 함께할 의지가 있다면 신뢰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중구 명동의 롯데 신세계 백화점 앞과 마포구 아현동 포장마차촌, 그리고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주변 노점상의 생존권이 철저히 짓밟히고 유린당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삼양동에서 장사하던 노점상 박 단순 씨는 용역 깡패의 폭력적인 단속으로 유명을 달리하지 않았는가?
먼저 모든 논의는 시민 혈세를 들여 용역 깡패를 고용하고, 행정대집행을 통해 폭력적 단속행위를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전국적으로 노점상 숫자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노점상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시절이다. 이들에 대한 규제중심의 조례보다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제발 문제가 있으면 대화로 해결하면 될 것을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