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여섯 번째 핵

[워커스] 나를 찾아서

여름을 지나 초가을에 이르는 내내 국내언론은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태풍과 함께 북한 소식이 탑뉴스에서 빠지지 않았던 듯합니다.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라 몇 달 전부터 ‘*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SLBM, IRBM, ICBM 등 이름도 헷갈리는 여러 종류의 미사일이 언론보도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만큼 많은 종류의 이른바 전략자산과 미군 무기들이 ‘든든히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고 묘사됐지요. 이제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는 건 예삿일이 되었고, 한국 방어에 무익하다는 사드는 하루 만에 대통령이 말을 바꾸면서 전격적으로 소성리 주민들을 짓밟고 추가배치됐습니다. 사드를 둘러싼 역내 갈등이 고조되면서 현대차와 롯데 등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던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차이나 엑시트’ 현상도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지요.

이 와중에 북쪽 공화국은 여섯 번째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으레 그렇듯 유엔과 각국의 규탄성명, 대북제재 결의안 등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근래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쏘아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정치상황으로 코너에 몰려 있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일본 핵무장 등 군사주의를 앞세워 여론을 반전시키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전술핵이나 독자 핵무장 주장이 끊이지 않고 유력 일간지와 정당이 나서서 요구하고 있기까지 한 상황이지요.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이미 상당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둘러싼 가운데 북한에 이어 한국과 일본까지 핵무기를 가진다면 한반도는 핵이 가장 집중적으로 대치하는 전선이 될 겁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평화와 미래가 어디에 있을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서” 연재는 종료합니다. 빽빽한 지면에서 잠깐의 심심풀이가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더욱 풍부한 <워커스> 개편을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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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타입 : 북진통일

1950년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이승만은 누구보다 앞장서 남쪽으로 피신하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안심하라며 국군이 반격하여 북진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호언했지요.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던 야심찬 포부는, 비록 실현가능성이 없더라도 지금까지 국군에 여러 구호들로 남아있습니다. 전방의 군부대 정문에서는 “멸북통일 최선봉 **부대”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북진을 넘어 아예 북한을 섬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죠. 복잡한 국제관계,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할 군사전략, 당신은 이 모든 문제들을 제쳐두고 일단 북한만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의 첨단무기들도 있겠다, 참수작전도 세운다고 하니 크게 전쟁을 벌일 것 없이 김정은만 처리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북한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그렇게 시작된 전쟁들의 현재를 여기저기서 목도하고 있죠. 바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 그리고 시리아에서 말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전쟁 시 대규모 난민사태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유럽과 중동의 문제인 줄 알았던 난민이 이제 남 일이 아니게 될 겁니다.

B 타입 : 핵에는 핵으로

상대방이 핵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도 핵을 가져야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혹시 김진명 씨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으시나요? 근래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고 국방부장관도 이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전술핵은 1991년 미군이 한반도 비핵화의 일환으로 철수시키긴 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의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즉각적으로 한반도에 핵을 쏘아 올릴 미군 전략자산은 이미 포진하고 있죠. 미국 스스로 언급했듯이 이미 충분한 핵우산이 있기 때문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안정감보다는 ‘미국의 전술핵이 다시 들어왔다’는 긴장감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예 미군의 핵이 아니라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건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부담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하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떡밥을 던진 것인데, 최근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다시금 독자 핵무장을 먼저 언급하면서 불거졌지요. 그렇게 모두가 서로에 대해 핵을 겨누고 수십,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위협하는 속에 지켜진다는 평화. 확실히,
군수업체들은 평화롭게 웃을 수 있겠군요.

C 타입 : 미국을 믿자

트럼프가 불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북한의 위협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미국이라고 믿습니다. 전술핵이니 핵무장이니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차피 미국도 트럼프의 뜬금없는 발언들을 논외로 한다면 의회나 정책담당자들 역시 전술핵 재배치에는 선을 긋고 있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서는 더더욱 부정적인 상황에서 쓸데없이 핵무기를 더 들여오네 마네 하는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 다나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 자체가 우려스러운데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역내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을 높여주는 꼴이 되니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미묘하게 엇박자가 나는 게
당신은 불만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에 대해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미국과 관계가 틀어졌다고 느낍니다. 대국인 미국의 대통령과 관계장관 등 고위급들이 감사하게도 동맹국 한국을 지키겠다고 수차례 언급하는 만큼, 믿음직스런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사드도 더 들여오고 미국 대통령이 허락한 수십 억 달러어치 미국 무기도 구매해 그 예를 다해야 할 것입니다.

D 타입 : 현상유지

여기저기서 전쟁위기라고 떠들어대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 당신. 북핵이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무기개발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당신은 어쩌면 북핵을 해결할 방법 자체가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전쟁이나 핵공격 같은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현상유지만 하면 된다는 거죠. 북한이 정말 ‘적화통일’의 꿈을 아직도 이루려고 한다면 한반도 내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설령 통일의 꿈을 사실상 접었다 해도 주변 강국들이 대부분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핵공격을 감행하기란 무리가 있지요. 북한이 핵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ICBM 핵탄두 탑재를 최종목표로 설정한 것만 보더라도 북핵의 목표가 정확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은 공멸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합리적 행위자라면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각축 속에 그 합리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아있겠지요. 그리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영구평화’가 아닌 ‘영구위기’일 것 같군요.

E 타입 : 평화협정

미국은 7천 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채 각종 전략잠수함, 항공모함전단, 전략폭격기 등을 운용하며 역내에서 실제 무력행사능력을 과시하면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에 대해서는 국제적 제재를 가하고 전쟁위협까지 거론하는 것이 모순적이라고 느끼는 당신.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던 세계 각국의 반미 정권이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똑똑히 목격한 북한으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를 통한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믿습니다.

트럼프가 아주 정확히 말했듯 전쟁이 나더라도 한반도에서 나는 것이고, 사람들이 죽더라도 한국인들이 죽어나가겠죠. 북한은 핵개발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고, 미국의 위협이 지속하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도 없을뿐더러 대화의 조건으로 핵을 먼저 포기하라고 하는 것도 일방적인 무장해제 요구이니 북한이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요. 결국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사실상 북핵을 인정하고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텐데요. 과연 중국과 당장 기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에게 이런 판정패를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을까요.

F 타입 : 꿈이고 희망이고 없다

헬조선과 북조선 사이에서는 꿈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유력한 해결책은 탈조선. 미국이건 중국이건, 대화건 제재건 이 지옥불반도를 구원할 길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전쟁으로 다 같이 망하거나, 핵을 머리 위에 인 채로 한쪽에서는 미사일 쏴대고 한쪽에서는 전쟁연습하는 짓을 무한반복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이 반도는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된다는 절망적인 믿음으로 똘똘 뭉친 당신에게 부디 탈조선을 실현할 자원과 능력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탈조선조차 당신을 구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륙과 국가를 넘어 테러와 유혈사태가 퍼져나가는 요즘엔 더더욱 말이죠. 차라리 이 반도가 나은 점이 있다면
적어도 테러는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쩌면 극히 적은 확률이지만 당신은 헬조선과 북조선뿐만 아니라 허구한 날 전쟁위기를 야기하는 이 세계 전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상주의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멀리 있는 점은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하룻밤에 이뤄지길 꿈꾸는 건 환상일 뿐이겠지요. 당신의 이상이 자신을 현실에서 실현시켜나가는 것이길 기원합니다.

G 타입 : 나와 상관없는 일

보수언론은 종종 외신을 인용하면서 북한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한국인들이 오히려 외국인들보다 안보위기에 둔감하다며 개탄하고 훈계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무기개발과 핵실험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보니 이제 사람들은 미사일 발사건 핵실험이건 ‘그러려니’하며 자신의 일상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살아갑니다. 어쩌면 ‘북한은 항상 도발하는 존재’라는 반복학습이 역으로 이 불안정한 상태를 정상상태인 것처럼 인식하고 별다른 동요나 긴장을 느끼지 못하게 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당장 북한이 원자탄보다 더한 걸 개발한다고 하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정말 전쟁이 터지는 건지 슬며시 걱정하다가도, 어느 신문 오피니언 란에서 설교한 것과는 달리 물자를 비축하고 전쟁에 실제 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보수언론처럼 전쟁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의미에서는 아니지만, 이런 유명한 말이 있죠.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 전쟁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여기저기서 전쟁 얘기가 나오니 대체 그 전쟁이 무엇을 위해 누가 피를 흘리는 전쟁인지 곰곰이 생각해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정말 전쟁이 터진다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이 글을 보는 당신은 피를 흘리는 쪽일 테니까요.

H 타입 : 북한제재

북한과의 적대적 긴장을 높이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마당에 제재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현 정부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한 마디로 모순적이죠.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남북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라고 주장하면서도, 사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전 정권과 다른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정부 내 주요인사 간의 이견과 갈등표출(예컨대 국방부장관과 외교안보특보 사이의 언쟁), 하루 만에 말을 뒤집고 사드 추가배치를 지시한 대통령, 장기적으로는 대화가 맞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원론적인 입장의 반복에서 잘 드러납니다.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에 앉겠다고 했던 호언은 이제는 거의 잊힌 듯합니다. 백악관과 트럼프의 트위터에서 날아드는 ‘엇박자’에 대해 ‘다른 입장이 아니’라고 급히 대응입장을 내는 상황을 반복해서 연출하고 있지요.

결국 최근의 상황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석에는 미국이 앉아 있다는 걸 다시금 입증하고 있습니다. 조수석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앉아 있지요. 이 구도를 받아들이는 한, 적어도 당분간 새 정부와 전임 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다를 것은 없을 겁니다. ‘규제완화’라는 긍정적인 어감의 포장지에,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먹일 독이 담겨 있다는 점이겠지요.[워커스 35호]
덧붙이는 말

강후 |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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