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는 12일 민주노총 13층에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대한 평가와 개혁과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활동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능정보사회 도래를 앞두고 최근 경찰은 SNS 게시 내용 등 국민 개인정보를 처리할 계획을 밝혔다”며 “경찰이 첨단화된 기술을 이용해 모든 국민을 감시하고 있다. SNS뿐 아니라, ‘수배차량검색시스템’은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번호판 정보를 1일에 2400만 건을 수집하고, CJ대한통운 민간 택배회사와 MOU를 맺어 블랙박스 영상까지 제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여경 활동가는 또 “경찰은 2014년 철도파업 당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국민건강보험 정보를 무영장 수집했으며, ‘박 전 대통령 비난 낙서범’을 잡겠다고 지자체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천 명의 정보를 공공기관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장여경 활동가는 경찰의 무분별한 디지털 수집을 통제하기 위해 △정보시스템에 대한 민간 통제 △정보시스템의 운용현황에 대한 보고서 작성 및 국회보고 △정보시스템의 연동, 열람, 조회 등 노드(근거리 통신망)에 대한 절차통제규정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경찰 조직의 인식을 개선하지 않은채, 수사권이 강화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2014년 서울 종로경찰서는 ‘도심 한복판 아파트서 마약 파티한 동성연애 피의자 10명 검거’란 제목으로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는 ‘마약 사범’이 아닌 ‘동성애’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 자극적 보도를 유발한 것”이라며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경찰이나 검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며 “경찰이 성소수자에 ‘성매매로 먹고사는 트렌스젠더’라는 모욕을 하는 등 경찰의 편견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사건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비언어적인 의사를 통해 사건의 객관성을 확보하기보다 가족의 진술이나 의견을 무시한 채 오히려 협박과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경찰 내부에 장애인 관련 조사 매뉴얼이 있지만, 숙지가 안 된 상태다. 정기적인 장애인권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도 “이주민들이 경찰서를 이용할 때 경찰은 반말, 고함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이주민에게 심리적 장벽을 만든다”며 “특히 지원 활동가가 이주민과 동행해도 경찰 태도는 변함없고, 오히려 경찰이 미등록 체류라는 이유로 이주민을 체포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경찰개혁위는 지난 6월 인권 보장,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경찰 개혁 의제를 다루기 위해 출범했다. 지금껏 경찰개혁위는 △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촛불집회 전 과정에 대한 경찰 백서 발간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통제방안 등 1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오는 19일 경찰개혁위는 이를 토대로 종합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이주인권센터, 홈리스행동,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