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해고자 우울증상 80%…인권위 지원으로 건강 연구

김승섭 고려대 교수 “해고자 건강 심각, 국가가 나서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9년째 복직하지 못하면서 건강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해고자와 가족을 상대로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김승섭 교수(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연구팀은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2009~2018)’ 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

김 교수는 “인권위의 지원을 통해 진행되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의 이번 사업은 정리해고, 국가폭력을 경험하고 해고 후 10년의 시간을 지나온 해고자, 가족의 삶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이며, 연구 주체는 고려대 김승섭 교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쌍차 해고자들의 신체와 정신건강은 심각한 상태다. 김 교수가 2015년 쌍차 해고자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결과, 해고자의 79.1%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71.8%가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2009년 정리해고 저지 파업 참여자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50.5%로 1990년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의 유병률 2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김 교수는 “이 연구의 목적은 ‘해고자의 건강이 이만큼이나 좋지 않다’는 것보다, 국가와 사회가 해고자를 방치하는 문제, 정리해고란 사회적 문제를 질문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 역시 현재 조합원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복직자는 경제적, 심리적 안정감이 느껴지는 반면, 여전히 회사와 싸우고 있는 해고자는 눈치를 살피는 등 불안심리가 있다”며 “9년 전 경찰이 테이저건, 고무탄으로 노동자를 진압한 고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9명의 죽음이 있었고, ‘국가전복세력’이라는 낙인, 해고자 동료를 용역으로 동원해 마주했던 장면은 해고보다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박래군 운영위원은 “쌍용차는 2009년 점거파업으로 금속노조에 33억 원의 손배소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찰이 제기한 손배소 2심도 11.8억 원 판결을 받았다”며 “노동자에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손배가압류는 노조파괴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되도록 6월 내 발표해 지방선거에 대응한다는 노조와 연구진의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인권위 NGO 지원 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며, 예산 규모는 2천만 원이다.

한편, 쌍용자동차 해고자이기도 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화성교도소 안에서 8일째 단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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