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남편은 사업 실패로 작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같은 달 A씨의 어머니도 사망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회적 관계망은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파트 우편함엔 수 개월간 미납된 카드 연체료와 가스비, 수도비, 건강보험료, 전기료 체납 고지서 등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의 수도 사용량도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A씨는 보증금 1억2500만 원에 월세 13만 원인 32평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차량 3대(트럭 2대, SUV 1대)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월 10만 원이 전부였다. 남편 사망 후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이 없자, A 씨는 트럭 1대와 SUV를 중고차 매매상에게 팔고자 했다. 하지만 과거 남편의 사업 실패로 임대 아파트, SUV 차량 등이 압류되어 매매 과정에서 처분이 어려워지자 이미 돈을 지불한 중고차 매매상이 A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수천만 원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부업체로부터도 고소당한 상태였다.
이미 남편의 사업 실패로 발생한 1억5000만 원가량의 부채를 떠안고 살아가던 A씨는 결국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견딜 수 없어 딸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남긴 유서엔 “남편이 숨진 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혼자 살기 너무 어렵다. 딸을 데려간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월 23일 열린 송파 세 모녀 4주기 추모제 [출처: 비마이너] |
증평 모녀 사건이 알려지자 빈곤사회연대는 8일 성명을 내고선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으나,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다며 이 사건 또한 그러한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는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이 개정 이전과 대동소이해 구조적으로 신규 수급자가 증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고 하나 교육급여 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교육급여만 받는’ 수급자가 늘어난 것”이었다면서 “생계, 의료급여 등 실제 빈곤 상황 해결에 도움 되는 급여를 받는 수급자 수는 인구의 3% 내외를 반복한 기존 수급 규모와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는 낮은 선정 기준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관리 엄정화, 부정수급, 도덕적 해이라는 빈곤층에게 차별적이고 낙인적인 프레임만을 여전히 강력”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를 구성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선제적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복지 수급 대상자의 정보 수집을 위해, 작년 복지부와 국회가 수급 대상자의 신용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아래 사회보장급여법) 개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개정안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판단한 사람의 연체정보(대출금, 신용카드대금)를 복지부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치라며 통과된 사회보장급여법에도 불구하고 증평 모녀의 죽음은 이제야 알려졌다. 채무고지서와 공과금 미납에 피폐했을 삶은 발견조차 되지 않았다. 문제는 사각지대 ‘발굴’이 아니라 실제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선정기준을 바꾸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복지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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