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된 성폭력 역고소...‘보복성 기획고소’

‘성폭력 역고소를 해체하다’ 포럼...“국가는 여전히 피해자에 위험”

“4년 동안 보복성 역고소에 피해자들과 함께 맞서고 있다. 승리한 사례가 많으며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피해자들이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부설 연구소 울림이 19일 오후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연 “‘의심에서 지지로’ 성폭력 역고소를 해체하다”라는 포럼에서 마녀(트위터) 씨가 두꺼운 소송 자료를 손에 들고 청중석에서 발언했다. 8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포럼은 미투(#MeToo)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통 받아온 무고, 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파헤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여성주의 활동가와 연구원 등이 늘어나고 있는 가해자들의 역고소에서 그들의 언어와 전략을 분석해 발표하고 성폭력대책위나 사회단체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보화 울림 책임연구원은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 고소하거나 피해 사실을 SNS 등을 통해 폭로한 이후, 가해자에게 무고, 명예훼손, 모욕,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를 주목하고 이것이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아왔는가를 설명했다.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우선 그 동안 ‘역고소’로 불러온 가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이자 기획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보복성 기획고소’라고 고쳐 부르며 ‘새로운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해자들의 연대’는 담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법적 대응 방법, 변호사 정보를 공유하며 단순한 억울함이나 저항을 넘어 점차 ‘기획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한편, “법인들은 ‘성범죄 전담 변호사’, ‘무고 전문’ 등의 홍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협박, 역고소 건수를 늘려 수임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상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은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했지만 국가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위험한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무고죄 피의자로 지목된 세 사건을 분석하고 피해자들이 “젠더 질서를 위반”하며 어떻게 쉽게 피의자가 됐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재재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활동가는 경찰 등 오히려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가짜’ 피해자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는 피해자유발론과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 ‘성폭력은 허위신고가 많다’는 강력한 편견 속에서 계속돼 왔지만, 수사기관과 언론이 앞장 서 ‘꽃뱀론’으로 대중을 호도하며 집중 단속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그 피해가 더욱 심화됐다”고 밝혔다. 정작 “마치 성폭력 무고가 성폭력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 성폭력이 너무도 일상적이고 만연한 현실을 은폐하고 변화를 막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성폭력 무고사범 자료를 수사기관에 요구했지만 오히려 집계를 한 것이 없다”고 들은 경험을 밝히고 수사기관이 강조하는 관련 무고범 증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설명했다.

여성주의 관점의 대처 방안 중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명예훼손 역고소에 대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0년대와는 달리 명예훼손 역고소는 공론화 운동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자 2차 피해”라며 “피해자 관점의 진실성 판단기준 및 성폭력 사안에 대한 공론화가 가지는 공익성 인정 등의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의심의 시대는 끝났다 : #MeToo, #TrustYou’라는 제목으로 1983년부터 2005년,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반성폭력 운동과 백래시를 두 시기로 구분하고 최근 ‘새판짜기’ 움직임들을 살펴봤다. 그는 “반성폭력 2라운드에서는 수신자와 발신자, 조력자가 다르지 않다”며 “그러니 묵묵히 우리의 의지를 조력하며 갈 길을 가면 된다. 성폭력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포럼은 365mc와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하고 서울사회복지모금회가 지원하는 2018 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링크)를 발간한 바 있다. 포럼 자료집은 20일 온라인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