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온 쓰레이나 씨가 ‘2018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숙식비마저 강제 징수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128주년 세계노동절대회를 앞두고 29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허가제’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가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주노동자 300여 명과 연대 단체들이 참가해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의 숫자는 213만 명(2018년 1일 기준)이다. 이 중 100만 명 정도가 이주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돼지고기, 고등어, 미나리 등 농수산물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이나 건설업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집회에선 한국정부에 대한 이주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다양한 질타가 쏟아졌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비인간적이었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고용허가제로 바뀌었지만 강제노동, 저임금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모든 인간이 존엄하듯 모든 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의 권리를 가진다. 정부는 사업자의 편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의 편에 서 법과 제도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도 무대에 올라 자신이 일해 온 노동 현장의 문제를 밝혔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 라나 씨는 “4년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했는데 곧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그 동안 성실하게 일했지만 사장의 잘못으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왜 사장이 잘못했는데 내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됐는가. 나는 노예제 같은 고용허가제를 반대한다. 고용허가제를 만들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네팔 출신의 노동자 리싸 씨는 “9개월 전에 한국에 왔다. 하루 11시간을 엎드려 일해야 했다. 일하다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했지만 사장은 데려다 주지 않았다. 아직 한국말도 잘 할 수 없는데 도움 받을 곳이 없었다. 간신히 이주노조에 연락이 닿아 도움을 받았다. 몸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이 들었다. 이주노조에 많이 가입하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주최 단체들은 이날 5월 한 달간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투어(투투)’ 버스도 띄웠다. 투투버스는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노동현장에 찾아가 항의행동을 할 계획이다. 주최 측은 의정부, 화성, 충추나 문산 등 노동권 침해 문제가 알려진 사업장이나 고용센터, 노동 관계청에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의 메이데이는 평일 쉬기 어려운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여건으로 인해 매년 노동절 전 일요일에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