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법성’ 알고도 쌍용차 파업에 다목적발사기 사용

[쌍용차 진압의 비밀⓸]백서에 ‘경찰장비관리규칙 개정안’까지 제시

경찰이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때 위법성을 알고도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경찰장비관리규칙 개정안까지 제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지방경찰청이 발간한 ‘쌍용자동차사태 백서’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다목적발사기로 쌍용차 조합원에게 압축스펀지탄 35발을 쐈다.

다목적발사기는 ‘위해성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경찰장비’다. 사용 목적 또한 대테러 작전, 공공시설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가 있을 때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경찰은 규정에 따라 다목적발사기를 시위 진압에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조합원을 상대로 수십 발을 발사했다. 심지어 경찰은 시위 진압을 위해 이같은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개정안까지 내놨다.

경찰은 백서에서 “다목적발사기는 경찰관직무집행법 및 경찰장비관리규칙(경찰청훈령)에 의해 경찰장비(대테러 장비)로 대규모 시위진압 시 사용이 가능하나, 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대통령령)에 대규모 시위진압 시 사용가능한 직접 규정이 불비(不備), 개정 시급”하다며 백서에서 <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 개정 건의(案)>을 제시했다.

1안은 「불법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인하여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억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는 것, 2안은 ‘조문을 2개항으로 분리, 「②다만, 불법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 시 다목적발사기에 고무탄을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다」를 추가’하는 것이다. 대테러 작전, 공공시설 위협에 국한한 ‘다목적 발사기 사용기준’을 넓히려고 한 시도다.



경찰“다목적발사기, 살상용 수류탄·고폭탄까지 발사 가능”

경찰이 사용했던 다목적발사기가 ‘살상용 수류탄’, ‘고폭탄’까지 발사 가능한 무기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쌍용자동차사태 백서’에 “다목적 발사기는 고무탄·최루탄·스펀지탄·페인트탄은 물론, 살상용 수류탄·고폭탄까지 발사할 수 있는 다목적 용도의 장비”라고 밝혔다. 경찰은 2009년 8월 5일 쌍용차 조합원을 향해 다목적발사기로 압축스펀지탄을 35발을 쐈다. 살상용 수류탄과 고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무기를 일반 시민을 상대로 사용한 것이다.

당시 경찰이 사용한 다목적발사기는 독일군이 사용하는 유탄발사기(HK69A1)다. 이 다목적발사기는 40mm 구경의 유탄, 가스 수류탄, 고무탄 등을 발사할 수 있다. 무게는 2.52kg, 개머리판 확장 시 길이는 68.3cm, 총구 속도는 75m/s에 달한다. 주로 50~150m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때 발사한다.

경찰은 “노조원이 특공대가 탄 콘테이너에 화염병을 던져 넣으려는 것을 다른 콘테이너 경찰관이 발견하고, 다목적발사기로 스펀지탄을 발사하여 제지하는 등 노조원의 공격을 약화시키고 인명피해를 줄이며 안전하게 제압하기 위해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하였고, 1명의 노조원이 귀 뒤쪽에 스펀지탄을 맞아 부상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경찰방패와 60~120cm 플라스틱 경찰봉만으로 작전을 수행하였다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 확실하다”고 백서에 기술했다.

이날 조합원 한 명은 다목적 발사기로 왼쪽 귀를 맞아 20바늘을 꿰매고, 다른 한 명은 가슴을 맞고 기절한 뒤 경찰에 구타까지 당했다. 경찰은 이들의 중상을 ‘최소 피해’라며 다목적발사기의 역할을 추켜세웠다.



경찰, 현장서 테이저건 145개 소지…
미 국방부 연구 인용하며 “안전 검증”


경찰은 현장에 테이저건(권총형 전자충격기) 145개를 소지했고 4발을 쐈다고 백서에 밝혔다. 경찰은 사용한 테이저건은 X26기종으로 5만V의 고압을 사용한다. 길이 130mm, 무게 340g인 미국 장비다. 1cm의 바늘이 2개 달려있고, 최대사거리는 6.5m다. 테이저건을 발사해 바늘이 사람의 신체에 닿으면 감전이 일어난다.

경찰은 2009년 7월 22일 쌍용차 조합원을 상대로 테이저건 4발을 사용했다. 당시 한 조합원은 뺨에 테이저건을 맞고 응급 후송돼 1시간 동안 마취 수술을 받았다. 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에 따르면 전극침 발사장치가 있는 전자충격기는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테이저건이 정당하게 사용되었고, 테이저건 사용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테이저건 안전성 논란을 두고 경찰은 “좌파 단체에서는 국제사면위원회가 테이저건에 맞은 후 사망한 290명 중 20명은 테이저건과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부당성을 부각시켰다”며 “2005년 (테이저건) 도입 이후 국내 330회 사용 결과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며 미국 법무부, 국방부의 연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경남 함양에서 한 남성이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밖에도 경찰은 최루액, 살수차, 헬기, 공중진압용 콘테이너, 빠루, 해머, 절단기 등 장비 연 27종, 7,460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새총, 쇠파이프 같은 무기로 맞섰는데, 경찰이 이를 압수해 수원역, 부천역, 대형마트 등에서 ‘쌍용차 노조의 불법 폭력 무기류 및 사진 시민 홍보 전시회’를 열었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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