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생존권 위협하는 서울시의 ‘거리가게 가이드라인’

[기고]오세훈 정책에 바탕을 둔 박원순의 ‘가이드라인’

서울시는 얼마 전 도로점용료를 통해 노점상 허가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거리 가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4년이 넘도록 ‘서울시 거리 가게 상생 정책자문단’ 회의를 운영하여 노점상과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합의로 가이드라인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된 서울시 ‘거리 가게 가이드라인’은 이미 2007년 2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디자인 서울 정책’에 따른 ‘노점상종합관리대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에도 서울시는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식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 노점은 12,351개에서 7,718개로 감축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37.5%에 달하는 노점상 4,633개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도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서울시의 기준에 맞춰 영업하는 노점상들은 장사가 되지 않은 사각지대로 밀려 겨우 생계를 유지하거나 이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이번에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허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허점과 규제사항이 많다. 노점상 물품 가운데 떡볶이와 어묵 등은 식품위생법과 충돌되는 문제가 있다. 현재의 조리노점상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상하수도 시설과 전기 시설 등의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구체적이지 않다. 이밖에도 ‘가이드라인’은 노점상이 파는 물품들을 제한하기도 하고, 마차 크기와 색깔도 서울시가 지정한 대로 규격화해야 한다. 이밖에도 노점상 재산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규제가 따르고, 배우자 외에는 승계도 불가능하다.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는 노점상에 대해서도 배타적일 수 있다. 노점상은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허가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충족되더라도 각 구청에서 가이드라인을 지킬지 미지수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 허가 여부를 둘러싼 요건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개정될 수도 있다.

이미 오래전 합법화된 노점상인 ‘가로판매대’ 를 보더라도 숫자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지 않는가? ‘가이드라인’과 ‘허가제’를 빌미로 기존 노점상을 체제 내화 시켜 관리하는 정책으로 나아가다가 숫자를 감축하는 식으로 전도 될까봐 노점상들은 우려하는 것이다.
 
노점상은 마지막 생존을 위한 생계 현장을 ‘거리’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리 위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도시 공간을 점유하여 생존할 수밖에 없는 노점상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노점상 단체는 여전히 서울시와 대화 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올바른 대책을 만들자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첫 단추는 기본적인 신뢰 구축부터 쌓아야 한다. 가이드라인 이전에 용역반을 동원한 반 인권적 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도로교통법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해 불법이라는 낙인을 씌우며 노점상의 삶을 빼앗아가는 관행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행자들을 방해하지 않고, 상인들과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이는 꼭 제도적 방법이 아니더라도 노점상 단체와 협력관계를 통해 논의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생존권을 지키며 사회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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