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다. 퀴어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함께 있다는 뜻이다. 시민들은 오후 2시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함께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며 “올해 지방선거에도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는 유력 후보의 혐오 발언을 접해야 했고, 평등한 권리 보장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정부의 모습도 봐야 했다. 하지만 사회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더욱 변화해야 하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는 축제 취지를 전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축제 시작을 알리며 “퀴어의 자긍심으로 서울이 후끈 달아올랐다”며 “전국 7개 지역에서도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퀴어문화축제가 확대됨에 따라 오늘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도 앞에 ‘서울’이란 명칭을 붙이게 됐다. 지난 축제와 다르게 맑은 하늘 아래에서 개최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게이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하늘은 “이렇게 모여 자긍심을 주고받으니 성소수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설렌다”며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없는 슬픈 현실에서 성소수자는 안전하게 살기 어렵다. 성적 지향,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우를 받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퍼레이드엔 영화배우 김꽃비 씨가 ‘레인보우 라이더스’로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김 씨는 “도로 위에 이륜차는 약자고, 성소수자와 페미니스트는 사회의 약자”라며 “남성 중심,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고, 모두가 자유롭게 바이크를 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라이더스’는 바이크를 타며 성소수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단체다. 레인보우 라이더스는 이번 퍼레이드 선두에 섰다.
‘암스테르담 레인보우 드레스’도 서울 광장에 전시됐다. ‘레인보우 드레스’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처벌하는 나라의 국기로 구성됐다. 어떤 국가가 성소수자 인권에 반하는 법을 폐지하면 그 국기는 무지개로 대체된다. 이 드레스를 만든 네덜란드인 ‘아나우트 판 크림픈’과 ‘디더릭 라위트’가 이날 축제에 참여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을 주장했다.
각 연사, 환영 공연이 끝나고 오후 4시 30분부터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퍼레이드는 4km 코스로 시청광장을 출발해, 종로, 을지로, 명동을 거쳐 서울 중심가를 무지갯빛으로 가득 채웠다. 8대 퍼레이드 차량이 함께해 축제의 흥을 돋웠다.
축제 부스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녹색당, 정의당, 각국 대사관 등 105개 단체가 참여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환영 무대에는 쿠시아 디아멍, 스타힐 등이 출연했다. 축제조직위는 무대에 수화, 자막, 배리어프리(휠체어 공간)을 설치해 또 다른 약자의 불편을 덜었다. 의무실, 성중립 화장실, 쉼터부스를 설치해 안전한 축제 운영을 뒷받침했다.
축제는 7월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다. 1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서 문화예술행사를 진행했다. 14일 서울광장 퀴어퍼레이드는 오후 8시까지 이어진다. 19일부터 22일까지는 대한극장에서 한국퀴어영화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