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혐오담론

[워커스 이슈⑤] 오늘도 혐오로운 반도에서

90.07.07. <경향신문>, 망국적 과소비족

“국민의 증오심은 지금 이들 외제 의류 판매상 쪽보다도 엄청나게 비싸고 사치스러운 외제옷만을 즐겨 사 입는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들에 쏠려 있다.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여성의류를 척척 사 입는 사치족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일각이 얼마나 망국적인 과소비풍조에 물들어가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에도 여성은 ‘된장녀’의 이미지로 소비되고 나라가 빈곤한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90.11.04. <동아일보>, ‘한국인 진단...딸보다 아들 원한다’ 헤드라인 캡처.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출처: 90.01.19. <동아일보>, ‘딸낳은 주제에’ 헤드라인 캡처]

90.11.04. <동아일보>, 한국인 진단…딸보다 아들 원한다

1990년, 여자 100명당 남자가 116명이나 태어났다. 출생 성비 통계를 낸 1970년 이후 남아 출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해다. 1990년 당시의 임신과 출산 상황을 다룬 이 기사는 “임신부들 사이에 의사에게 성별을 알려줄 것을 유도하기 위해 ‘아들만 둘 있는데 이번에는 딸을 낳아야겠다. 이번 아기가 딸이면 좋겠다’고 떠본 뒤에 의사가 딸임을 확인해 주면 다른 병원에 가서 낙태하는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기사에서 김 씨(37/여)는 “초음파진단으로 딸이라는 것을 알게 돼 두 차례나 유산시킨 끝에 아들을 낳았다”며 “의사에게 ‘아들 못 낳으면 쫓겨 난다’며 울며 애원해 성별을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90년대 신문에 실린 삼성 직원 채용 광고

91.09.05. <한겨레>, 싹쓸이 철거 자신감

“대학생은 아직 개학 전이라 조직적인 지원을 못할 것이며, 세입자 대표 2명을 주초에 이미 구속해서 철거민들은 무력화된 상태입니다.” 4일 오후 서울시청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정례 구청장회의에서 도명정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구 영천동 재개발지구의 헐리지 않은 1백 78채를 이번주 중 이틀에 걸쳐 강제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제철거를 위해 “경찰 1개 중대, 철거청부업체 직원 720명과 굴삭기, 불도저를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92.03.05. <동아일보>, 외국인 불법취업…범죄 급증

외국인들의 국내 불법체류로 불법취업과 범죄가 부쩍 늘었다는 기사다. 단속을 강조한 전북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체류기한이 지나 돈이 떨어진 외국인들은 각종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크다”라면서 “국내 산업체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저임금의 외국인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불법 취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6년 뒤, IMF 직격탄을 맞은 한국의 노동자는 일본 등지에서 ‘불법체류’와 ‘불법취업’ 딱지를 똑같이 뒤집어쓰게 된다.

92.08.20. <연합뉴스>, 서울시, 어젯밤 노점상 기습단속

서울시가 구청 직원 및 철거 용역반원을 동원해 서울 시내 전역의 포장마차를 일제 단속했다. 서울시는 구청 직원 및 철거 용역반원 3천5백여 명이 투입한 데 이어 경찰 5개 중대 6백여 명도 동원했다. 이날 종로4가 세운상가 골목길에서는 포장마차 주인 50여 명이 철거반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최승옥 씨(38.여)등 6명이 실신,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93.05.11. <연합뉴스>, 장애인시설 건립 곳곳서 난항

장애인 관련 시설 건립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땅값 하락과,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으로 번번이 난항에 부딪혔다. 한국맹인부녀복지회 등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일대에 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이 심했다. 안흥면 주민들은 △혐오시설인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인근의 땅값이 떨어진다는 점 △자녀들이 장애인을 인근에서 보고 자라는 것은 교육에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루디아의 집’ 건립을 반대했다.

94.02.21. <연합뉴스>, 중앙선관위 순화대상용어 사용사례집

1994년 중앙선관위는 <순화대상용어 사용사례집>을 발간하며 “후보자들은 청중의 대다수가 여성인 실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 매춘 관련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후보들은 ‘야합이라는 말의 여러 뜻 가운데 하나는 개가 서로 붙는다는 표현도 있다’ ‘미친 X 치마폭 벌리듯 마구 벌리고 다닙니다’ ‘머슴새끼한테 안방까지 뺏긴 꼴’ ‘정치가 몸보신이여! 밀실에서 주물럭 주물럭 주무르게’ 라는 말 등을 서슴지 않았다.

95.09.28. <연합뉴스>, “성전환수술 법률적으론 인정 못 해”

서울가정법원은 28일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조모씨(30.남.서울동작구)가 ‘남자로 돼 있는 호적을 여자로 바꿔달라’며 낸 호적정정 신청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수술 후 조 씨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성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성전환수술자의 법률적 성별을 바꿔주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법규가 없고 학설이 분분,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트랜스젠더의 호적 정정은 법원마다 판단을 달리해 당사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98.01.09. <연합뉴스>, 국내 동성애자 11만명 추정

동성애에 반대하는 한국에이즈연맹은 국내 동성애자를 모두 11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연맹은 이들이 주로 게이바, 게이사우나, 게이극장이나 공원, 공중화장실 등에서 교제한다고 밝혔다. 기사는 연맹의 말을 빌려 ‘전용상담소를 동성애자 밀집지역에 설치하고 어릴 때부터 성적 호기심이나 충격을 잘못 관리해 동성애에 빠져드는 경우가 없도록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실었다. 동성애를 잘못된 것이라 전제하고, 계도하면 바꿀 수 있다는 몰이해가 돋보인다.

  여성 우선 해고 반대 사진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98.04.24. <연합뉴스>, 여성부당해고 실태-“커피 안 타준다고 해고 등”

정영애 숭실대 강사는 IMF이후 여성근로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을 통해 수집해 공개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ㄱ. 사무실 분위기를 차갑게 했다고 해고. 직원들에게 커피도 잘 안 타주고 싹싹하지 못했다는 것.
ㄴ. 모 건축회사, 사내 부부 7쌍을 불러다 놓고 “둘 중에 누가 그만두겠느냐”고 말해 결국 여직원들 모두 퇴사.
ㄷ. 백화점 측이 판매사원을 모두 젊은 사람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해 해고.

  1999.08.19, <MBC뉴스> 캡처

99.08.19. <동아일보>, 김홍신의원 “정신장애 66명 강제 불임수술”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장애인 불법 강제 불임수술 실태 보고서’를 통해 “전국 8개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서 83년부터 98년까지 남 48명, 여 27명 등 75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불임수술을 받았으며 이중 남 40명, 여 26명 등 66명은 강제였다”고 밝혔다.

99.11.10. <연합뉴스>, 도를 넘은 TV프로의 외국인 ‘망신주기’

한국방송진흥원은 10일 방송3사 외국인 출연 프로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국제화를 지향한다는 프로들이 오히려 ‘글로벌 에티켓’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BS 「좋은세상만들기」에선 케냐인 오위노에게 “검은 콩같다” “네 얼굴 보니 배고프겠어”라고 모욕적인 말을 던지고, 그를 화장실에 가두거나 된장을 먹이고 괴로워하는 장면까지 방송했다고 한다.[워커스 4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