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는 지난 5일 김석기 등 경찰지휘부가 안전을 버리고 조기 과잉진압을 강행한 점과 그의 지시로 사건 직후 댓글 공작 등 여론조작에 경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석기 전 청장은 이후 언론인터뷰와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 자리를 통해 또 다시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도심테러’라고 부르며 조사위의 결정은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결과라며 이를 부정했다.
이에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석기 전 청장의 주장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우선 김 전 청장이 “현 경찰의 인권 침해 조사 정책에 대해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경찰의 위상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매도”했지만 “자신이야 말로, 이명박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경찰 위상을 ‘국민의 생명을 헤치는’ 존재로 무너뜨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전 청장이 한국당 원대대책회의에서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도심테러’로 언급하며 재상영한 <언론이 보여주지 않은 용산 화재사고 현장>이라는 영상에 대해 “이번 조사위 결과, 김석기 지시로 만들어진 여론조작용 영상과 유사한 내용”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이 영상물은 이미 2009년 당시 수도 없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상영된 바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김석기의 지시로 특정 시간대의 철거민들의 격렬한 저항 장면만을 부각시켜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 글 등을 900명의 사이버 수사 대원을 동원해 온라인에 퍼트리고 댓글 공작을 했다.
그러나 조사위 조사결과에도 나오듯 경찰이 작성한 실시간 ‘정보상황보고’에서도, 농성 첫날(1월 19일)은 경찰이 진압하려고 한 특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온한 소강상태였다. 상황은 특공대를 투입해 조기 진압을 할 만한 위험이 있지 않았음에도, 경찰이 진압을 강행해 철거민들이 격렬히 저항했던 것이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또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경찰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김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판결이 “철거민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이자,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가 내린 판결이었다”이었다며 “당시 이명박 정권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용산참사 사건의 재판이 수사기록도 없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진행되어 왔는지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어 “당시 용산참사 재판은 오로지 철거민들에 대한 재판만 있었고, 여섯 명의 죽음 중 경찰특공대원 한 명의 사망 책임만을 물어 철거민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었다며 “다섯 명의 철거민 죽음은 전혀 묻지 않았고, 경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석기 전 청장은 오히려 철거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명령한 법원의 명령도 거부하며 불출석해 법정을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가폭력 사건에 공소시효 없어
이들은 특히 “무엇보다 여섯 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죽었는데 어떻게 ‘정당한 법집행’(언론 인터뷰 중)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그가 계속 경찰 권력을 쥐고 있었다면, 국민의 생명뿐만 아니라 경찰의 생명까지도 또 다시 희생시키는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결국 “조사위 결정을 부정하는 김석기의 언행은 공소시효와 금배지 뒤에 숨어, 책임 떠넘기기의 변명만을 내뱉은 뻔뻔함일 뿐”이라며 “무릎 꿇고 사죄해도 부족한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모독을 멈춰라”라고 촉구했다.
조사위는 지난 5일 김석기 전 청장의 과잉진압이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고, 조직적 여론조작 지시는, 형법상 직권남용권리방해죄,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는 위법행위로, 민주헌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관련 죄목의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권고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