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 녜녕 이야기

[세계여/성노동자대회 기획연재] n개의 성, n개의 노동, n개의 노동자, n개의 노동현장④ 이 시대의 어린 창녀

[기획자 말] 10월 27일 청계광장 프리미어 빌딩 앞에서 세계여/성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는 노동의 성별화와 성적 위계 속에서 비가치화되고 가려진 노동들을 드러내고, 직접 우리의 노동을 이야기하며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이 기획을 통해 제1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준비위원회는 지금껏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노동의 현장들과 다양한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세계여/성노동자대회 페이스북 페이지/링크)

[연재순서]
① 당신에게 여/성노동은 무엇일까 | 숨(링크)
② 레즈비언 노동자 하나, 트랜스젠더퀴어 노동자 리나의 이야기 | 김하나·리나(링크)
③ 쉼 없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장애여성들의 노동 | 이진희(링크)

[출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_Sexworker]

‘너 좀 창녀 같아.’

이 한마디로 내 청소년 시절 매매춘은 시작되었다. ‘날 멸시하던 너희가 날 창녀라고 부른다면, 기꺼이 진짜 창녀가 되어서 돈이라도 많이 벌겠다’는 억하심정도 있었고, 당시 한 달에 3만원으로 살아야했던 심각한 재정상황도 날 매춘시장에 뛰어들게끔 만들었다. 시작한 나이는 18살. 할 수 있는 매춘은 조건만남뿐이었다. 채팅앱을 깔아서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자들을 물색하고, 그중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만났다.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오직 내 감만을 믿고 위험천만한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고서는 참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5만원에 섹스하자는 사람, 3만원에 스타킹 쓰다듬게 해달라는 사람, 8만원에 펠라치오 해달라는 사람 등. 당시에 나는 시세를 잘 알지 못했기에 5만원에 섹스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곤 했고, 그 돈으로 생일에나 먹을 수 있었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보수를 즐겼다. 어떤 날은 8만원을 받고 펠라치오를 해주면서 어떻게 이렇게 큰 돈을 쓸 수 있냐고 손님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 손님은 당시 내 화대보다 훨씬 비싼 참치회 얘기를 해주며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 하다보면 참치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도 있단 얘기를 해주었다. 나는 부러워하며 나도 언젠가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한편, 분명 돈은 벌고 있고, 돈을 벌며 힘들기도 한데 어느 누구에게도 무슨 일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생활을 계속 하다보니 어린 나는 불안과 자기혐오에 빠져들게 되었다. 조건만남을 하러 갈 때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엄마에게 친구와 놀다온다고 말했으므로 난 일을 하고 오고도 놀고 온 사람 취급 당해야 했다. 게다가 모두가 쓰레기 짓이라고 말하는 창녀 짓을 나는 하고 있었고, 내가 이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이 불법이고, 정당하지 못한 일이고, 혐오스러운 일이란 것을 자각할 때마다 너무나 죽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매춘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5만원, 8만원 등등은 나에게 꽤 큰돈이었고 나는 문구점 300원 아이스크림이 아닌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가 이렇게 매춘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은 사람은 조건만남 손님과 비슷한 채팅상대 뿐이었는데, 그렇게 털어놓다가 드라이브나 하자고 만난 사람이 날 차에 가둬놓고 고속도로로 끌고 가 강간을 했다. 아, 매춘이 뭐길래. 나는 ‘일이 고됐구나, 수고했다’라는 말이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강간사건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내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러다가 열아홉이 끝나갈 즈음이 되어서야 매춘이 엄연한 노동이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매춘이 노동이라고? 나는 구원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해온 일들이 쓰레기짓, 망측한 짓이 아니라 그냥 ‘노동’이었다니. 내가 너무도 듣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일하느라 힘든 거였어. 난 쓰레기 창녀가 아니라 노동자였어. 내가 겪은 부당한 대우와 폭력이 내가 창녀라서 겪을만한 당연한 일이 아니라, 그건 내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고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었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출처: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GG_Sexworker]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이 노동이라고, 성노동이라는 것이 있다고 사방팔방에 외치고 다니는 이유는 이것이다. 어딘가에 또 다른 어린 내가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시세도, 위험한 상황을 피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아는 조금 노련해진 매춘노동자이다. 그렇기에 절대적 약자인 과거의 나, 즉 여성청소년 매춘노동자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알리고자 한다. 그들이 매춘을 선택한 데에는 각자의 상황과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일을 하는 동안은 보다 안전하게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넌 쓰레기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당한 노동조건에는 항의할 수 있어야 하고, 폭력은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하는 내가 이미 불법 존재인 상황에서는 고립되기 쉽고, 나에 대한 낙인은 내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며, 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기가 어렵다.

부당함을 견디는 대신 부당함에 싸우고, 그만두어야 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원과 힘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다른 차별과 사회의 조건들도 함께 바꿔야 한다. 성노동자로서 나는 그런 변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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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파랑새

    참안타깝고 민중언론 참세상이 성착취현장이 성매매를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자 이런글을 실었는지요?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은 '노동'이 될수 없습니다

  • 미화금지

    심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서 자포자기식으로 선택하게 된 매춘을 어째서 긍정할 수 있습니까? 글을 읽어보면 청소년기에 사회적인 고립감을 심하게 느끼고 자기혐오가 들었고 경제적인 문제가 더해져서 매춘을 하게 되었다고 나와 있는데 그것은 탈선이지 매춘을 노동으로 미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 노동자

    도둑질 강도질을 '노동'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매춘도 마찬가지로 노동이 아닙니다. 왜냐면.. 성은 사고 팔수 있지도 않을 뿐더러 노동자가 제공하는 교환가치를 갖는 수단도 물론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노동'이라는 단어 속에 이러한 최소한의 합의를 담고 의사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역겨워 기사를 읽진 않았습니다.

    전달하려는 어린 매춘부 얘기를 전제로 하더라도.. 쓰레기 같은 성노동자라는 단어 사용하지마십시요. 매춘은 노동이 될 수 없습니다.



    ps. 아무리 먹고살게 없다고 오입질로 먹고사냐? 자본주의에 살아간다고 오냐오냐하니 이것들이 아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해? 너나 성노동 많이 해쳐먹으셔.. 칵~~~퉤~~~~!

  • 뭉치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는가?
    아무리 노동자라고 생각해도 그들이 내게 하는 짓은 쓰레기 짓인데.
    그 태도, 말, 행동 그 모든 게 나를 쓰레기로 만든다, 정신승리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난 돈 많이 버니까 괜찮아, 난 노동자니까 괜찮아’ 라는 정신승리 해봤자 후에 밀려오는 건 역시 ‘난...’ 이라는 자괴감 뿐이다.

    내 생각이 바뀌어도 성매매 현장에서 겪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성매매 현장에서 안전장치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건 정말로 착각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합리화로밖에 안 느껴진다.
    창녀가 아니라 노동자로 불러지는 것에 대한 위안, 아주 자그만한 위안.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지만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노동자니까 괜찮아라는 합리화.

    어린 나에게 ‘성노동이니까 해도 괜찮아’가 아닌 성노동이든, 성매매든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성노동이라고 불리는 순간부터 그만둘 수 있는 자원과 힘은 다 사라진다.
    노동이라면 다른 이들처럼 오래 해야지, 왜 그만두냐고 나약하다고 할 게 뻔하니까.
    ‘폭력’을 ‘노동’이란 말로 둔갑시켰을 때 성매매여성에게 그 힘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알선업자와 성구매자에게 치밀하고 강력한 힘을 주는 꼴임을 알고 있다.

    이 기사에서 쓰고 있는 것처럼 자기혐오로 죽고싶기까지 한 ‘일’을 ‘노동’이란 말로 덮어버려서는 안된다. ‘창녀’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 맞다고 말하고 싶다. ‘창녀’를 함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하는 성매매현장이라는 구조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을 견디는 일일 뿐이다. 우리가 경험한 성매매는 몸이 팔리는 그 순간부터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도 그래도 되는, 그럴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청소녀 성매매를 노동이라 지칭하고 폭력적 환경에 있는 여성들에게 노동자라는 프레임만 씌우면 정당해지는건가. 마치 어린 여성들이 성노동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광고를 하는 언론매체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15세, 16세, 17세, 18세 우리는 이 나이 때 성매매현장에 유입되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 곳에 머물라고 하는 많은 이들, 니가 원하는 거니 그렇게 살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그 목소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야비하고 나쁘다.

    <뭉치>는 성매매현장을 그 누구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 성매매현장에 그 무엇으로도 남기 싫었던 당사자 요아, 진, 벼리, 지음, 짤, 무무, 봄날 -

    <성노동자 녜녕 이야기 [세계여/성노동자대회 기획연재] n개의 성, n개의 노동, n개의 노동자, n개의 노동현장④ 이 시대의 어린 창녀> 민중언론 참세상 글에 대한 우리의 입장입니다.

  • 낙엽

    구조에 의한 성착취를 '노동'이라고 하는 이런 글을 싣는다니요
    성매매는 노동이 아닙니다
    성판매자들을 범죄자라고 낙인 찍는게 아닙니다 성판매자들은 구조에 의한 피해자일뿐입니다
    성매매가 노동이라고 할거면
    재벌들이 돈 주고 사람 패는것도 노동입니까?
    착취를 매매로 정당화하지 마시죠

  • 학수

    참세상? 성착취를 성노동으로 만드는 세상ㅠ..왜 장기매매도 노동으로 주장하지! 투쟁해야 될 것들이 많은데 왜 성노동세상을 만들려고하는지..합법적 성매매를 요구하는 포주들 아니고는 도대체 이해가 안되네

  • 애새

    말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