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텍 고공농성자, 노조·종교계 설득에도 “단식 풀지 않는다”

“굴뚝 ‘생명줄’ 내리지 않아 물, 소금, 핫팩도 없는 상황”


422일째 굴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조합원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종교계의 만류에도 단식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공농성자는 몸무게가 50kg 미만으로 건강이 매우 나쁜 상황이다.

앞서 고공농성자는 지난 6일 오후 5시경 입장문을 통해 “금일부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며 “전국에서 함께하는 동지들의 힘으로 민주노조의 깃발을 움켜쥐고 당당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모회사) 김세권 대표가 지난 네 차례 교섭에서 파인텍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거부한 탓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통화로 고공농성자에게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금속노조가) 할 수 있는 것 다 할 테니 (식사를 올릴) 줄을 내려달라”고 말했고,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김세권 같은 사장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혼내겠다. 우리들이 더 열심히 하겠다. 단식은 참아달라”, 나승구 신부도 “밑에서 열심히 할 테니 단식을 풀어달라”고 설득했다. 고공농성자들은 ‘우리 결정을 철회할 수 없다’, ‘단식을 만류할 생각이면 앞으로 전화받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통화자들은 밝혔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7일 오전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세권 대표에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공동행동은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어제(6일) 오후 4시 50분경부터 곡기를 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공동행동 측에) 알려왔다”며 “지난 3일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교섭에도 사측이 책임 있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노사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정면 부정하는 김세권 대표이사의 무책임한 태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렵게 성사된 교섭을 또다시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부디 김 대표이사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하라”고 전했다.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은 눈물을 보이며 “두 동지가 곡기를 끊을 수밖에 없는 건 (사측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라며 “400일 넘게 교섭에 나오지 않던 김세권 대표가 이제야 나와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참담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또 무슨 역할을 했느냐. 박근혜 때 보다 더 긴 시간 투쟁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동자의 자기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 이렇게 혹독하다. 김세권이 합의한 (3승계)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29일째 단식 중이다.


나승구 신부는 “고공농성자를 단식에 이르게 한 원인은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이 한국합섬, 스타케미칼 때 약속(고용, 노조, 단체협약 3승계)을 지키지 않은 데 있다”고 말했고, 김호규 위원장은 “굴뚝 위 노동자의 단식은 (사측에 보내는) 최후통첩이자, 우릴 보듬어 안아달라는 절규라 생각한다”며 “금속은 이 절규를 받아 안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다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공농성자는 지난 6일부터 굴뚝 위 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식사는 물론, 핫팩, 보조배터리 등 보급도 끊긴 상황이다. 따라서 체온 저하, 연락이 끊기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동행동 측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에 대한 국회 청문회, 검찰 고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등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오전엔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의료지원단 등이 굴뚝에 올라 건강을 진단하고 고공농성자들이 단식을 멈출 수 있도록 재차 설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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