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여성 노동자들이 임금 차별 문제를 호소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1년 4개월 넘게 진정 결과를 내놓지 않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앞서 금속노조 KEC지회(이하 노조)는 지난해 2월 인권위에 성별을 이유로 한 승격 및 승진 차별을 시정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KEC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S등급과 J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J1부터 J2, J3, S4까지는 사원급이고, S5 위로는 대리급 이상이다. 2018년 1월 기준 J3 등급 이하에 속한 노동자 중 92.4%가 여성이다. 반면 S4 이상 전체 노동자 중 93.7%는 남성이다. 낮은 등급에는 여성 노동자가, 높은 등급에는 남성이 몰려 있는 셈이다. KEC 전체 노동자 중 여성은 30%(약 198명), 남성은 70%(약 456명)를 차지한다.
등급 승격에서도 차이가 극심하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승격자의 성비를 비교하면 여성은 35.3%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73.7%에 달했다. KEC는 생산직 신규 입사자를 두고도 여성은 J1 등급부터 적용, 남성은 J2 등급부터 적용한다. 아울러 지난 20년 간 S4 등급 이상으로 승급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집단적 임금 차별로 근속 30년차 여성과 남성의 월급 차이는 월 50~80만 원씩 난다.
이에 노조는 27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차별 진정에 대한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노조는 “인권위가 시간을 끄는 동안 KEC 내의 차별은 더욱 나빠졌고, 피해 당사자의 고통은 커졌다”며 “KEC 성차별은 사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권위는 임금 차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KEC 여성 노동자들에게 짐 지워진 차별의 굴레를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옥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KEC는 여성 노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인권위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KEC 여성 노동자의 임금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인권위는 차별 시정 권고를 즉각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권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노조와 만나 “인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 미안하다”라며 “7월 24일 차별시정소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4일 안건을 처리하는 동시에 차별 시정 권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