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자 김용희 씨가 강남역 CCTV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31일, 단식한 지 38일째인 10일 오후 7시 강남역 사거리에서 김 씨를 응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도 이날 문화제엔 노동자, 시민 약 70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우비를 쓴 채 김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동시에 삼성 측에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는 “김용희 씨는 노조를 만들다 삼성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삼성물산 측은 어제(9일) 우리에게 전화로 ‘이곳에서 김 씨가 근무한 기록은 있지만, 그 뒤의 일은 회사와 관련 없는 일이다’, ‘교섭을 할 필요성을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이 오래전 일이라며, 법적으로 해결할 책임이 없다며 방관하면 피해는 또다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김소연 활동가는 “김용희 해고자는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을 행사하려다가 삼성에 의해 심각한 침해를 받은 것”이라며 “삼성은 과거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며 투쟁을 막았던 기업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들을 기억하고 삼성 노동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용희 씨는 집회 무대와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지난 24년간 어둠의 터널에 있었지만, 연대 노동자, 시민들이 들어준 촛불로 빛을 찾은 것 같다”며 “연대의 힘으로 꼭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정년을 맞았다.
김 씨는 1991년 삼성그룹 경남지역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 해고된 노동자다. 김 씨와 함께 지상에서 농성하는 또 다른 해고자 이재용 씨 역시 1997년 삼성중공업에서 해고돼 지금까지 복직 투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