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삼성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낼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주요 계열사 사장 회의를 통해 준법감시위 설치를 결정하고 위원장에 김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공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 김지형 전 대법관 [출처: 법무법인 지평 홈페이지] |
언론들은 김 전 대법관이 진보 성향 변호사라며 삼성에 준법을 책임질 적임자로 평가했다. 김 전 대법관은 과거 삼성 백혈병 문제 조정위원장을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신고리원전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에서만큼은 기업 편에 섰다.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노조파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장기투쟁 사업장이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김지형 전 대법관(지평 소속 변호사)은 어용노조 설립무효 소송, 직장폐쇄 기간 임금청구 소송, 해고 무효 소송 등에서 사측을 변호했다.
노조는 “김지형 변호사는 유성기업 사건에서 어용노조 설립이 유효하고, 직장폐쇄와 노동자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며 “김 변호사는 교묘하게 노조파괴 자본을 변호하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긴 시간의 고통을 안겨줬다. 삼성은 김 변호사를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하며 국민이 볼 때 삼성이 변화했다고 생각하도록 꼼수를 부리고 있다. 김 변호사 내정은 삼성의 또 다른 노조파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이 유성 사측을 변호한 사건은 최소 4건이다. 그중 하나인 어용노조 설립 사건은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문건에 따라 발생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년 4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서울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에서 김 전 대법관은 여전히 사측 소송대리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