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공동행동은 20일 오후 1시 경향신문사 13층 민주노총대회의실에서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해 ‘코로나가 드러내는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를 열었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마스크 보급 대책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이나, 미등록자는 마스크 구매의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정부는 ‘공평 보급’을 내세우며 전수관리, 일괄계약, 우선 제공 등 정부가 마스크 생산·유통·분배 모든 과정을 100% 관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로 건강보험증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마스크 구입 조건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건강보험 가입자에 한했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는 “(마스크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유일한 자기방어책이다. 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난민과 이주민의 공포가 증폭됐고 사회 심리적 방역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과 난민은 코로나19의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민들이 언어와 사회문화적 장벽 때문에 코로나19가 어떤 바이러스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의 1차적 정보에서부터 소외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단일 언어 사용 국가인 한국의 공식 발표는 대부분 한국어로만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은 기본 정보에서 파생된 출입국이나 체류, 마스크 구입 방법, 학교 개학 연기 정보 등에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적 영향이 커짐에 따라 이주여성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허오영숙 대표는 “당장 다문화 강사 활동을 하는 이주여성들은 유치원, 어린이집과 학교의 개학 연기에 영향을 받는다. 또 개학 연기로 발생하는 자녀 돌봄의 문제는 선주민과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돌봄을 나눌 네트워크가 훨씬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의 가족돌봄휴가 지원금제도도 외국인 신청 방법은 안내돼있지 않았다.
코로나의 사회경제적 피해는 대다수가 취약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더 컸다. 김영아 대표는 “경제위기로 인해 난민부터 피해받고 있다”며 “원래 계약서를 쓰던 사업장에서도 일용직으로 고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민인권문화센터 대표도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주가 코로나를 이유로 전체 급여가 아닌 일부만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해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이 취업한 직종은 18세 이상 국민 일반과 비교했을 때 상용직 비중은 아주 낮고 임시직 및 일용직 비중은 훨씬 높으며, 전반적으로 종사상 지위가 열악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발생한 ‘난민 혐오’, ‘중국인 혐오’도 지적됐다. 이제호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이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자가 격리지만, 외출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수준으로 많이 민감하다”며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이주민)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경험이 축적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학교 현장에서 ‘중국인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급식을 먹는 것도 불안하다’는 등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아이들은 SNS에서 ‘중국으로 돌아가. 너 코로나니까 위험해, 오지 마’ 등의 혐오 발언을 들어야 했다. 이제호 변호사는 “그동안 짱깨, 다문화라고 불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코로나’로 불리며 놀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