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란 등 국내 영화인 39명, 이스라엘 LGBT영화제 보이콧

팔레스타인 점령, 착취하는 이스라엘의 브랜딩 캠페인 ‘핑크워싱’에 반대

김일란, 박문칠 등 국내 영화감독과 영화인 39명이 이스라엘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따르면, 국내 수십여 감독들이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TLVFest)를 앞두고 이 영화제를 비롯해 이스라엘 정부가 후원하는 행사 보이콧에 서약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 동안 팔레스타인 군사 점령과 착취의 현실을 가리기 위해 자국이 성소수자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홍보해 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점령과 착취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 같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핑크워싱(Pinkwashing)’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BDS(보이콧, 투자철회, 경제제재) 운동을 조직해 반대해왔다. 이번 텔아비브국제LGBT영화제는 특히 ‘핑크워싱’의 대표 사례로 3년 전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들이 보이콧 운동을 시작해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PACBI(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학술·문화 보이콧 캠페인)가 지난달 19일 TLVFest 보이콧 서약 운동을 시작했고, 국내에선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이에 동참해 영화인들의 참가를 조직해 왔다. 보이콧에 참가한 영화인들은 이달 초까지 세계적으로 130명이 넘으며, 그중 한국에서만 39명이 연명했다.

[출처: https://queercinemaforpalestine.org/]

연서명 참가자들은 서약을 통해 “우리는 LGBTQIA+ 해방에 전념하는 영화 제작자, 영화 예술가 및 제작 회사로서, 우리의 해방이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과 공동체들의 해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 정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우리는 팔레스타인 퀴어들의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팔레스타인 인권을 존중할 때까지 이스라엘 정부가 후원하는 LGBT 영화제 TLVFest를 보이콧하고 해당 영화제에 영화를 제출하지 않으며, 참석하지 않고, 이스라엘 정부가 부분 또는 전면적으로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보다 심각해”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반대 운동은 지난 2010년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들의 BDS 운동 단체인 PQBDS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이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그후 다양한 나라에서 영화인들이 TLVFest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과 차별 조치가 아파르트헤이트보다 심각하다며 자신의 예술 작품이 이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밝혀왔다. 그러면서 한해에 10건 이상 씩 상영 취소 사건이 발생하자 TLVFest 주최측은 아예 영화 제작자들이 상영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제출 규정을 강화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BDS는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비폭력 방식의 운동으로 전 세계에서 지지받고 있고 있다. BDS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양도 불가능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국제법을 완전히 준수할 때까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체들에 따르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스라엘의 핑크워싱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에는 100개가 넘는 국제 퀴어 및 트랜스 해방 단체가 이스라엘의 ‘유로 비전 송 콘테스트’를 보이콧하라는 팔레스타인 퀴어들의 요청을 지지하기도 했다.

서울인권영화제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올해 문화보이콧/핑크워싱을 주제로 BDS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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